청와대 개별 영수회담/노대통령­김대중 총재 무슨 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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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계개편 「감잡기 대좌」/노,3김씨 균등한 접대에 부심/법적 청산 이견­대화정치 일치
정계개편을 포함,여러갈래 흐름이 정치권에 혼재하는 속에서 11일부터 3일간 열리는 노태우대통령과 3야 총재간의 개별영수회담은 향후 정국풍향계로 주목을 끌고 있다.
3김 총재들은 제각기 5공 청산이후의 새 정치모델과 정국안정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선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대중 평민당총재를 시발로 갖는 3김의 청와대 개별회담이 12ㆍ15 대타협 후속조치와 대화정국의 기반조성을 위한 일반적인 성격의 회담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번 개별회담에서 내막적으로는 정계개편의 어렴풋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
이 때문에 현재 정계개편에 대해 입장이 모두 다른 3김씨를 어떻게 상대하느냐를 놓고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청와대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김대중 평민당총재와의 회담을 어떻게 매끄럽게 넘기느냐는 것 같다.
청와대는 평민당의 김총재가 민주­공화 합당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의식적으로 청와대쪽에 손짓을 한 일련의 움직임이 이번 회담에서 더 적나라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평민당이 사실이상으로 이번 회담의 결과를 정략에 이용치 않을까 걱정.
특히 김총재가 지난해 문익환목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있는 자신의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려 들것으로 보여 이 문제의 처리에 고심.
김총재로서는 3김씨중 유일하게 정부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풀고자 애를 쓸 것이나 정부로서는 법적 절차뿐 아니라 법집행의 일관성문제를 의식해 이번에도 시원한 대답을 줄 수 없는 형편인 듯.
따라서 평민당 김총재와의 회담에서는 광주보상문제를 가장 큰 선물로 줄 수밖에 없는 입장.
평민당에서 의식적으로 흘리고 있는 이번 지자제 선거에서 민정­평민의 연합공천문제도 민정당으로서 전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어서 지자제를 앞둔 민정ㆍ평민간의 밀월 가능성도 현재로는 전무한 상태.
○…청와대의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과연 노대통령이 김영삼ㆍ김종필총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해줄 것인가하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그 이상의 얘기가 나올 수 있겠느냐』면서 『이번 회담은 노대통령이 정계개편에 대한 야당총재들의 견해를 듣는 쪽이 될 것』이라고 의식적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김영삼총재가 정계개편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아 민주당의 김총재를 만났을 때 가부간 어떤 언질은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이 김종필총재와는 이미 지난 여름 이 문제에 대한 교감이 있었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원칙적인 얘기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사항까지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추측들도 있다.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10일 저녁 시내 H호텔에서 묵으며 청와대회담 구상을 한 뒤 11일 아침 동교동 자택에 들러 잠시 기자들과 만나고 10시 단독 출발.
김총재는 『구체적 합의사항을 낼 필요가 없으니 홀가분하지만 현정세에 대한 근본적 시각과 인식을 교환해야 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고 상반된 기분을 표시.
그는 『노대통령에게 어떻게 정국을 끌고갈지 그쪽 얘기를 듣고 싶다』고 궁금증을 털어놓으면서 『지난연말 박준규 전민정대표의 발언파문과 관련한 노대통령의 진의도 알고 싶다』고 피력.
김총재는 전날 노대통령이 보혁구조 개편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큰짐을 던 듯한 표정이었는데 『여권의 정국구상ㆍ보수대연합ㆍ내각제 등에 대한 노대통령의 진의를 알고 싶다』고 해 정국개편흐름 저지에 확실한 언질을 받으려는 눈치.<문창극ㆍ박보균기자>
◎쟁점별로 본 「노­김대중 회담」
○…다음은 이날 노­김대중 회담에서 논의된 쟁점들에 대한 양측의 입장.
◇정계개편
▲노대통령=이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다.
국민의 소리와 여론의 동향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인위적으로 갑작스럽게 개편이 이뤄져서도 안된다. 지난해 과거문제를 마무리지을 때 4당이 합의해 처리했듯이 앞으로 이런 협조도 가능하며 각종 임명이나 정책입안에 여야가 협의해나간다면 국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김대중=어제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보혁구도의 비현실성,인위적 정계개편 반대 대목에 동감한다. 보혁구도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으며 우리나라엔 혁신을 자처하는 정당이 없다. 4당체제는 국민들이 선택한 것으로 타협정치의 가능성을 보이고 많은 일을 했다.
정치가 이같은 비현실적이고 긴급하지 않은 정계개편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민생문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준규 전민정대표가 밝힌 정계개편구도에 대한 노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가. 평민당도 현 정권과의 관계를 분명히 정립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연정은 있을 수 없다.
◇지자제
▲노대통령=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지방자치제법에 따라 금년 6월30일이전까지는 선거가 실시되게 되어 있으므로 여야가 하루빨리 국회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선거법을 새로 만들도록 합의하면 정부로서는 이 합의에 따라 차질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할것이다.
지자제와 관련된 연합공천문제는 각당간의 사정이 각기 다르므로 이 문제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그때그때의 정치상황을 봐가며 다시 논의할 문제다.
▲김총재=90년대는 지방화시대ㆍ국민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선 상반기 지방의회 선거,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선거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법적 청산
▲노대통령=보안법과 안기부법의 개정문제는 이미 10일 기자회담에서 밝혔듯이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하는 것은 곤란한 만큼 야당의 주장대로 폐지나 대체입법은 불가능하다. 다만 남북교류등에 장애가 되는 일부 조항이 있다면 이의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
▲김총재=5공청산 마무리 작업을 2월 임시국회에서 해야 한다. 현 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설정하고 있는데 현재의 법을 놔두고선 금강산 개발ㆍ남북교류ㆍ자유왕래를 뒷받침할 수 없다.
안기부는 국내정치문제에 손떼고 해외문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 보상문제
▲노대통령=광주보상법은 지난해 12ㆍ15 합의대로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한다.
광주 상무대를 공원화하는 데 정부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상무대 공원에 5ㆍ17 기념탑을 세우는 문제는 굳이 반대하지 않으나 망월동 희생자묘역을 이 공원안으로 옮기자는 유족들의 주장은 광주시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정해야 할 것이다.
▲김총재=광주보상법은 2월 임시국회의 핵심 현안이다. 광주문제를 명예롭게 해결하기 위해 광주시민의 명예를 회복시키고,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고,부당한 재판에 대한 특별청구권을 보장하고,5월18일을 광주의거 기념일로 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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