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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윤종건교수(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3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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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육투자 너무 인색하다/교사처우ㆍ근무환경 개선등이 “급한불”/정부 의지 부족→질 저하 악순환
어떤 사람에게 물어봐도 교육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는다. 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 나라의 장래는 2세 국민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다같이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다르다.
세계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는 나라건만 오히려 끝에서 순번을 매기는 것이 빠를 정도로 열악한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이며,그처럼 불비한 근무여건 속에서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원들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말이나 생각과는 달리 얼마나 교육에 대해 관심을 두지않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의 교육은 무력화ㆍ황폐화 되고 있으며 이나라의 앞날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음도 여러 학자들과 연구결과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근무여건과 과다한 업무,미흡한 복지제도는 유능하고 우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교직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으며 현직 교원들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키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날로 떨어지게 되며 그결과 학교와 교육에 대한 사회의 불신감은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교육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이다.
교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교원들의 복지를 증진하는것이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자식과 국가장래를 위해 필요함을 인식하다면 설사 도로건설비를 줄이고 공원조성비를 깎아 교육비를 늘린다고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이다.
교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속에서 일하게 함으로써 건강을 보호하고 사기를 드높여 교육의 능률과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비단 그들이 교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본인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인간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근무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는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과 시설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기ㆍ소음ㆍ냉난방ㆍ좌석ㆍ탈의실ㆍ휴게실ㆍ화장실ㆍ식당ㆍ주차공간등 가장 기본적인 시설여건이 우선 확보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두번째는 모든 교원들이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계속적인 자기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직장생활의 질(Quality of Work Life:QWL)이 보장되어야한다.
예컨대 적정보수ㆍ업무량ㆍ자율성ㆍ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ㆍ현직연수기회ㆍ자아실현기회의 보장과 확대ㆍ승진기회 보장등의 조건이 제대로 적절하게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교원들로 하여금 학생교육활동에 전념하고 그들의 역량을 최고도로 발휘하여 2세국민교육에 헌신하도록 하려면 복지후생제도가 완벽해야 한다.
법적으로 신분보장도 되어있고 연금제도나 보험제도도 완비되어 있다고는 하나 교원들이 느끼는 복지후생제도는 미흡하고 불만스러우며,상대적 빈곤감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예컨대 가장 기본적인 주거시설의 경우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필수적으로 지급되어야할 사택 확보율이 30%에 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원들을 위한 복지후생제도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전문성 향상과 사기앙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수 있는 방안으로 특별히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교직의 여성화 경향과 더불어 기혼 여교사들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 비추어 학교마다 탁아시설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자녀를 둔 기혼 여교사들의 결근ㆍ지각ㆍ조퇴등을 줄이고 근무의욕을 고취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교원병원ㆍ교원휴양시설을 많이 건립하여 직업병을 예방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셋째,모든 도서관ㆍ박물관ㆍ미술관ㆍ고궁ㆍ전시장ㆍ전람회ㆍ유적지ㆍ전적지등을 교원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고 각종 학술ㆍ문화ㆍ예술활동에 교원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한다.
교원들의 근무여건 개선과 복지후생에 관해 정부는 한결같이 지속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애로가 많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모처럼 내년부터 근로환경개선을 위해 1천7백억원을 투자하면서 3천7백억원을 투자하는 것처럼 과대선전을 하며 생색을 내고 있다. 말하자면 그중 2천억원은 새로운 투자가 아니라 이미 교육예산에 잡혀있는 교육세에서 전용하는 것이다. 결국 그만큼 교육투자에는 인색한 정부의 자세를 단적으로 나타낸셈이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돈이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다. 금강산 댐 건설비니,올림픽 소요경비를 마련했던 경험을 살려 교육복권ㆍ교육공채ㆍ교육성금을 실시하든지,아니면 교육차관이라도 도입해야한다. 위정자들은 진정 교육의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보편적 진리를 깨달을 때다.<외국어대교수ㆍ교육학>PN JAD
PD 19900104
PG 05
PQ 03
CP HS
SA P
CK 03
CS A11
BL 1258
GI 김두우
TI 개혁거부 내부결속 다지기 안간힘/김일성 신년 메시지에 담긴뜻
TX ◎1당 독재체제ㆍ주체사상 고수천명/「최고위회담」제의는 수사적 제스처
김일성의 1일 신년사는 대외적으로는 폐쇄정책을 고수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노동당 1당독재와 주체사상 강화를 거듭 강조하는 2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북한이 동구의 개혁ㆍ개방물결을 거부하고 오히려 내부결속 강화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돼 당분간 북한의 개방에 대한 태도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그러나 「남북당국ㆍ정당수뇌들의 최고위급 협상회의」를 제의,우리측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한발짝 다가선 것 같은 부분적인 변화를 가미하고 있다.
김은 48년4월 「전조선 정당ㆍ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를 주장한 이래 형태와 명칭만 조금씩 바꾸어가며 남북연석회의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하면서 민정ㆍ평민ㆍ민주ㆍ공화당총재들과 김수환추기경,문익환목사,백기완씨등을 초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추기경은 김일성의 제안을 거부했지만 문목사가 이미 방북,김으로서는 1차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할 구실을 만들었다.
총리를 단장으로 한 남북고위급 회담이 빠르면 2월말께 열릴 예정인 시점에서 김이 금년 신년사에서 적어도 「최고위급」이란 표현을 쓴 것은 남북한정상을 지칭한 것으로 볼수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각정당수뇌들을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최고위급협 회의를 제의한 것은 세가 불리할 경우 정상회담으로 연결시킬수 있지않느냐하는 미끼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주한미군철수와 팀 스피리트훈련문제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주목된다. 이것은 남북고위급회담 성사가 눈앞에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이 회담에서 거론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통일원당국자들은 김일성이 ▲점진적인 휴전선 개방대신 전면개방을 내세우고 있고 ▲전면개방의 전제조건으로 남측의 콘크리트장벽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질적인 휴전선 개방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일원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적십자회담 예비접촉이 북한측의 혁명가극공연 고집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남북한주민의 자유왕래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적십자본회담도 잡아놓은 일정(구랍15일 평양에서 개최)을 무기연기시킨 마당에 이를 논의하기 위한 또하나의 회담(최고위급회담)을 제의한것은 대화중단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숨겨져있다는 것이다.
김의 신년사는 따라서 공산권의 개혁바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당분간 움츠린채 기다려보겠다는 속셈을 비친것인데 소련등의 압력에 대비,정상회담의 여지를 수사학적으로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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