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무근… 낭설… ”에 야 의원 발끈/전두환씨 국회증언 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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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씨,경호원 바리케이트 속 점심식사
5공청산을 결산짓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은 오욕의 5공 한시대를 마무리짓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 가운데서 진행됐다.
첫 사회를 맡은 황명수5공특위위원장의 인사말 후 전씨는 기립선서로 진실한 증언을 서약했다.
그러나 이날 전씨의 답변은 그동안의 의혹을 거의 낭설이나 잘못된 것으로 미루는 바람에 정회소동을 겪기도 했다.
○…전씨의 증언이 처음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나 10시40분쯤 평민당의원측이 답변부실을 추궁하는 항의와 민정당측의 맞고함으로 답변이 잠깐씩 중단되는 소동을 벌이다 끝내는 정회.
황 위원장은 전씨가 일해재단 관련 답변에서 제3세계와의 민간외교 성공사례까지 장황하게 설명하자 직권으로 답변을 중지시킨 뒤 『죄송합니다. 배경설명을 자꾸 많이 하시는데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많이하지 마십시오』라고 주문.
이에 전씨는 『감사합니다』며 답변을 계속했으나 곧 평민당의 양성우의원 등이 『우리가 강의 들으러 왔어.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민정당의 홍희표의원 등이 『얘기를 들어보라』고 맞서 전씨의 답변은 다시 중단.
황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4당간사를 위원장석으로 불러 의논한 뒤 전씨에게 『정주영현대회장 등이 일해재단모금에 관해 국회에서 이미 증언한 내용이 있는데 동떨어진 말씀을 계속하니 듣기 거북합니다』고 경고하자 전씨는 『감사합니다』며 답변을 계속.
이어 전씨가 해외에 재산 도피한 것이 없고 『미국산 쌀과 석탄을 도입할 때 본인의 친인척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어 철저히 조사했으며 해당 국회상임위에서 진상을 규명했으나 그런 사실이 없는 것이 밝혀져 국민도 납득했다』고 주장. 그러자 증언석 앞쪽의 김영진의원(평민)이 『수입쇠고기는 전경환씨와 같이 한 것 아니냐』 『국회조사때 이것이 드러났다』 『왜 위증합니까』라고 삿대질하며 소리쳐 다시 소란.
이에 민정당의 이광로ㆍ권해옥의원 등이 『조용히 해』 『왜 계속 떠드느냐』고 맞고함을 쳐 시끌.
○…정회 후 간사회의에서 야당측 간사들은 『전씨가 질문한 내용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항의하며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정당측 간사들은 『증언감정법에 따라 본인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
황명수5공특위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답변하면 각항의 질문마다 모두 보충질의가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고 문동환광주특위위원장은 『보충질의를 해도 이런 식으로 답변 할테니 일문일답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
이에 신기하의원(평민)은 『4당의원들로 하여금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증인의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토록 하자』고 제의했으나 이민섭의원(민정)은 『의사진행발언을 하면 여야의 감정만 격해지니 우리 당에서 그분에게 좀더 성의있는 답변을 부탁하겠다』고 응수.
오경의의원(민주)은 『3가지를 답변하는데 17분이 걸렸다』며 『이렇게 가면 모두 답변하는데 1백분도 안걸릴 텐데 이런 상황으로 계속가면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
○…4당간사회의 후 오전 11시27분 전씨가 발언대에 다시 서 회의가 속개.
황 위원장은 『간사회의에서 증인이 질문사항에 대해 정곡을 얘기하지 않아 증언이 아닌 변명하는 자리가 돼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증인은 성실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
황 위원장은 이와 함께 의원들도 청문회의장 질서유지에 협조해달라고 요청.
○…전씨는 정회가 선포되자 12시30분쯤 국회 235호실의 별실에서 점심식사.
전씨가 점심을 시작하자 국회사무처 직원 및 경호관계자 10여명이 방주변을 완전히 에워싸 일체의 출입을 통제.
민정당의 이치호,정동성의원 등 민정당의원 6∼7명은 별실을 찾아와 전씨에게 인사.
○…점심을 위한 정회에 들어가자 각당 의원들은 교섭단체실로 몰려가 이후 증언대책을 숙의.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총재실에서 김원기총무ㆍ문동환 광주특위장,박상천ㆍ신기하ㆍ최낙도의원 등을 불러 오후에 있을 광주증언과 보충질의에 대한 전략을 논의.
이 자리에서는 오전의 전씨 증언이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판단,보충질의때 여야가 합의한 일괄질의,일괄답변형식을 깨뜨리고 1문1답식으로 진행시키자는 의견이 나와 간사회의서 이를 제기토록 결정.
○…점심정회시간에 간사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황명수위원장은 『5공특위소관사항의 경우 74개 질문항중 37개밖에 답변이 되지 않았다』며 『속개가 되면 누락된 사항들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한편 각당 1명씩 5분여에 걸쳐 의사진행발언을 하기로 의견접근을 보았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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