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갈라진 하나로' 외자유치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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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둘러싼 LG와 하나로.삼성전자.SK텔레콤 등 대주주 간 대결이 외자유치 싸움으로 번졌다. LG는 하나로 인수에 그룹 통신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고 하나로는 "LG를 믿을 수 없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나로 편에 선 3대주주 SK텔레콤은 경쟁업체에 국내 2위의 초고속인터넷 업체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로 2대주주인 삼성전자 역시도 SK텔레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따라서 21일로 예정된 하나로 주총은 한국 기업 주총 사상 대주주 간 최대 혈전이 될 전망이다.

이번 LG 안은 하나로가 AIG-뉴브리지 컨소시엄과 체결한 11억달러 외자유치안보다 투자 금액.주당 가격 등에서 유리하다. LG는 대신 단독 경영권 인수를 주장했던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칼라일과 지분 25%씩을 보유해 공동 경영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하나로 안보다 나은 조건을 내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나로 측은 LG의 이번 안을 '주총을 앞두고 급조한 여론몰이용'이라고 즉각 폄하하고 나섰다. 하나로 이종명 부사장은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연말까지 13억달러 외자가 들어온다고 하는 LG 측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LG가 가진 데이콤 지분을 하나로통신이 인수토록 하는 것은 데이콤의 빚 1조8천억원을 LG에서 떼어내 하나로에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대주주 간 극적인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으며, 하나로통신의 운명은 오는 21일 주총에서의 원초적인 표대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 경우 현재 18.03%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는 1대주주 LG와 삼성전자(8.49%)-SK텔레콤(5.5%) 연합 세력의 세몰이에 따라 향방이 바뀔 수밖에 없다.

특히 전체 주식의 60%가량이 소액주주에게 몰려 있는 상태에서 양측이 벌이고 있는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측이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주총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형규.권혁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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