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정력제 열기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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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이 압수한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으로 제조한 불법 건강보조식품인 필립정.(자료사진=중앙포토)

얼마 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원 출신 탈북자가 포함된 일당이 이른바 ‘김정일 정력제’라는 가짜 정력제를 만들어 고가에 판매해오다 적발돼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식품공장을 차려놓고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타달리필을 중국에서 밀수입해와 한약재와 혼합, 3가지 종류의 불법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어 왔다.

이들은 이렇게 제조한 건강보조식품을 포장해 1박스(알약 8정)에 30만원씩 총 750박스를 팔아 5억2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경찰청 강력계 권근원 반장은 “이번 일로 국내에서 가짜 정력제가 만들어졌다는 자체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 중국산 가짜 정력제는 일일이 손을 델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곳곳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짜 정력제들은 상당한 위험성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변강쇠 콤플렉스’에 빠진 남성들을 중심으로 제법 규모 있는 ‘공공연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효과는 둘째 문제다. 이렇게 조잡하게 제조한 약을 마음대로 복용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를 복용한 피해자들은 “온몸이 붓고 심장이 심하게 뛰는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 의료원 비뇨기과 이충현 교수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을 임의대로 복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하면서 “성분과 제조일자도 추적할 수 없는 약물을 복용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인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정력제’에 대한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교수는 “정력제는 말하자면 ‘섹스를 증강시키는 약’으로, 맞게 처방만 받는다면 정력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막연한 ‘정력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문제점과 그 원인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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