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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달성 실패' 총리 사임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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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피랍 병사 구출과 헤즈볼라 제거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채 희생자만 잔뜩 낸 레바논 전쟁의 결과를 놓고 이스라엘 국민 사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에 대한 사임 압력이 거세지는 등 이스라엘이 전쟁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전쟁으로 에후드 지지도 반 토막=지난달 12일 병사 2명을 납치한 헤즈볼라를 응징하기 위해 34일간 벌인 이번 전쟁에 이스라엘인 과반수는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조사기관 다하프의 16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이번 전쟁 수행이 적절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고조됐다. 16일 TNS-텔레시커 여론 조사기관이 발표한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도는 40%에 불과했다. 무력충돌이 한창 진행 중일 때의 78%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페레츠 국방장관에 대한 지지도는 61%에서 28%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하프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57%가 페레츠의 사임을 요구했다. 최고 지도자인 올메르트 총리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단 할루츠 참모총장이 전쟁 시작 당일 보유 주식을 내다 판 것이 밝혀지면서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페레츠 장관은 16일 전 참모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레바논 전쟁 조사 위원회의 구성을 지시했지만 야당인 리쿠드당 소속 실반 샬롬 전 외무장관은 "전쟁 책임을 져야 할 국방장관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위원회가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심리적 패배=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번 전쟁이 전술적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대두하고 있다. 초기에 공습만 하다가 유엔 결의안 채택이 임박해지자 지상군을 투입, 진격을 서두르는 바람에 희생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의안이 통과한 11일부터 휴전이 발효된 14일까지만 30명 이상이 전사했다. 1948년부터 73년까지 중동국가들과의 네 차례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이스라엘인들은 일개 무장단체와 전쟁을 벌여 지상군이 110명이나 전사했다는 사실을 수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16일 이스라엘의 이번 전쟁 피해액이 57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국가 1년 예산의 10% 정도다. 이 신문은 헤즈볼라의 로켓에 1600대의 차량, 600여 상점, 100곳의 공장이 피해를 봤다고 집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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