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노 3김 「5공청산입식」|"오늘 안되면 모두 끝" 비장한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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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5공 청산 대 담판을 앞두고 청와대·정부·야3당 측은 모두 대책을 마련하느라 철야하는 등 부심하고 있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대타협의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에는 정국 전체의 전망이 지극히 혼미스러워 지는 데다 1노3김이 모두 불신 받는 최악의 사태가 연출될 것이라는 압박감들을 느끼고 2년을 끌어온 5공 마무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담에 임하는 4당 모두 결과를 섣불리 점치지 못한 채 정국안정을 위한 상호간의 타협과 양보를 기대하고있다.
○…청와대는 이번 1노3김의 연석회담이 6공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된다는 각오로 홍성철 비서실장, 최창윤 정무수석 등은 회담전날 아예 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삼청동 안가에서 밤샘을 하며 회담자료를 준비.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단 함께 자리에 앉고 난 다음에야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회담결과에 대해 일체의 예단을 피하고 있으나 13일의 3야 총재회담이나 그 동안 야당과 막후접촉을 근거로 『잘 풀리게 될 것』으로 기대.
그러나 홍 비서실장이 14일 백담사를 다녀오고 난 뒤부터는「결코 만만치 않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다소 후퇴하고있는 느낌.
당초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리라 보았던 백담사 쪽의 반감이 의외로 강하게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측근은 『비록 전 전대통령이 심한 말을 했다손 치더라도 전직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서 일을 그르치게야 하겠느냐』고 여야합의만 되면 백담사 증언은 별 문제없이 넘어갈 것으로 전망.
최창윤 정무수석은 가톨릭의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예로 들며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끝장을 낸다는 결심으로 회담에 임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결론이 안 날 경우 밤샘을 할 각오까지 되어있다』고 결연한 분위기를 소개.
청와대에서는 합의됐을 경우와 결렬됐을 경우에 대비한 언론발표문을 따로 따로 준비.
○…노 대통령은 정의원 사퇴문제를 놓고 회담 전날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에서 정의원 사퇴를 전제로 회담자료를 만들어 온 것을 받아 보고는『광주사태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정 의원에게 엉뚱한 책임을 지워 나가게 할 수 있느냐』 면서『차라리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낫지』라고 인간적인 고뇌를 토로했다는 것.
그러나 측근을 포함, 주변에서는『제2의 6·29를 하는 각오로 결심을 내리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진언했다는 것.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내일까지 계속 얘기를 해 결론을 짓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는데 「비장함」속에 대타협의 「기대감」이 상당히 실려있는 느낌.
그는 『5공 청산 문제뿐 아니라 국정전반에 걸쳐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욕을 표시했는데5공 청산 쪽보다 경제문제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임을 시사해 『5공 청산이 쉽게 풀리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 관측을 뒷받침.
김 총재는 이날 아침 시내 가든 호텔에서 김원기 총무·한광옥 비서실장·김태식 대변인등과 마무리 대책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청와대회담에 가져갈 노사·전교조문제 등을 점검했다는 후문.
최영근 부총재 등 당직자들은 법적 청산을 뒤로 미뤘음을 들어 『우리가 이만큼 후퇴했으니 청와대 쪽이 마음만 먹으면 잘 되는 것 아니냐』고 전망.
이원조 의원문제에 대해서 한 당직자는 『청와대와 김영삼 민주당총채 측이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깊은 「사연」이 있는게 아니냐』고 의미 있는 한마디.
김 총재는 『형식에 그치거나, 부분적 해결만을 얻어내거나 많은 의견차이가 있어선 안되겠다』면서 『국민여망에 따라 원칙 있고, 민주화의 대로를 열고,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도록 하겠다』고 다짐.
한편 이날 당사에는 전교조소속 대학생 30여명이 농성을 벌이며 「타협하는 기만적 5공 청산 평민당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김 총재는 이들과 잠시 면담, 『법적 청산은 시간 제약으로 뒤로 미룬 것이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해주고 『학생운동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5공 청산협상을 기다려 줄 것을 강조.
○…민주당은 「D데이」인 15일 오전7시30분부터 마포 가든 호텔에서 총재단 및 확대간부 연석회의를 열어 2시간여가 넘도록 격론을 벌여가며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
이날 「출정식」에서 참석자들은 거의 전원이 차례로 발언에 나서 『야3당 합의를 한보도 후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강경 일색이었다고 강삼재 대변인은 전언.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노 대통령이 반드시 야3당 합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야한다』며 최근 민주당이 이원조 의원 사퇴에 대해 양보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은 흐름에 반발을 표했는데 이들은 회의 끝에 총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결정.
김영우 총재는 이날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타결전망과 방향 등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불투명하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하지만 성의껏 회담에 임해나가겠다』고 각오를 피력.
김 총재는 이어 이날 연석회의에서도 『반드시 야3당 합의를 관철시키겠다』고 다짐.
김 총재는 14일 전방위문을 다녀온 뒤 저녁에 개인적인 약속으로 잠깐 일을 본 것 외에는 내내 상도동자택에서 머물면서 회담을 앞둔 「장고」를 했다고 측근들은 전언.
김 총재는 특히 여론이 합의청산 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민주당의 양보」를 부각시키는 것에 언짢아했다는 후문인데 이를 반영하듯 강삼재 대변인도 14일 『너무 앞서나가지 말아달라』고 불만을 표출.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이날오전 청구동 자택에서 1시간 여 동안 기자간담회를 갖고 타협과 융통성을 강조하는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표시해 회담에 앞선 유연한 분위기조성에 노력하는 인상.
그는 『공화당은 솔직히 얘기해 퍽 융통성 있다』며 『전직 대통령과 국민이 대화하는 식의 증언분위기 되도록 해야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백담사 측을 안심시키려 노력.
그는 『과거 국정을 책임졌던 분들이 뉘우칠 일도 있고 국민에게 하고싶은 얘기도 있을 것』이라며 『감정을 배제하고 국정의 내일을 위한 일시적 고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증언분위기에 대한 「사전보장」을 해주려고 노력.
김 총재는 이원조 의원 문제에 대해 『전에 노 대통령의 얘기를 전해들어 보니 그 나름의 입장이 있는 것 같더라』면서 『서로 자기입장만 고집하면 잘 안될 것이고 의견을 접근시킬 어느 정도의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우려.
그는 『오늘 타결이 안 된다고 즉시 싸움에 들어갈 일도 아니며 회담이 결렬분위기라도 되면 내가 나서서 절충을 더하도록 하겠다』고 중재 역을 자임.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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