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783. 선례 / 전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원가, 기술적 표준, 그리고 선례 등이 있는지 미리 알아봐라" "1968년부터 76년까지 3연임했다는 선례도 ㅅ회장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 등에서는 '선례'를 '전례'로 바꿔놓아도 의미상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는 노조의 거부에 의해 사장이 물러가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사퇴에 반대했다" "이번 예비비 지출 방침은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셈이다" 등에서는 '선례'를 '전례'로 바꾸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여기서 '선례'는 이전부터 있었던 사례가 아니라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先'이 '먼저, 앞선'의 뜻일 경우 '前'(앞, 앞서다)과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先'에는 '前'과 달리 '비로소[始]'란 뜻이 있다. '비로소'는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까지 없었던 사건이나 사태가 이뤄지거나 변화하기 시작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있다''없다' 등과는 '선례''전례'를 함께 쓸 수 있다. 하지만 '남기다''만들다' 등과 관련해선 '전례'보다 '선례'를 쓰는 게 낫다.

최성우 기자

지난 기사는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홈페이지 (https://www.joongang.co.kr/korean/) 참조

▶ 자료제공 :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 홈페이지 : (https://www.joongang.co.kr/korean)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