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수돗물 不信 너무 심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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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행정당국과 국민 간에 환경과 안전에 대한 인식차가 커지고 있다. 수돗물이 한 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응답자는 갈수록 줄어 1%에 불과했다. 반면 정수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2000년 13.7%에서 올해 33.6%로, 생수는 5%에서 10.4%로 각각 늘었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경우는 59.1%에서 44.8%로 줄었다.

심지어 국을 끓이거나 설거지를 할 때도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지경이며,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먹는 물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생수나 정수기 물이 수돗물보다 안전하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물에는 약 2천여종의 물질이 오염될 수 있으며 7백50여종은 실제 검출되었고 그 중 1백21개에 대해 먹는물 수질기준을 설정해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먹는물 수질기준은 현재 55개 항목을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다.

수도사업자는 매일.주간.월간으로 정기 수질검사를 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시는'수돗물 품질관리단'을 발족, 각 가정의 수도에서 검출한 수돗물의 안전성을 검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독제로 사용되는 염소는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약품이며, 소독부산물도 끓이거나 물을 받은 후 3~4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

정부가 수질 검사 항목도 늘려나가고 노후관 교체 작업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지금 막연한 불신 때문에 우리가 생수와 정수기를 사용함으로써 치르는 지하수 오염과 폐기물 발생 등 환경파괴의 대가는 얼마나 큰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