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마천 일대 주민들 "우린 불황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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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거품론 확산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와중에도 '무풍지대'인 곳이 있다. 서울 강남의 '끝동네'라고 할 수 있는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 얘기다.

요즘 거여.마천동은 강남 대체 신도시인 송파 신도시 개발 기대감에 들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송파신도시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인근 거여.마천동 일대 빌라 지분 및 아파트 매매 호가 꿈틀거리고 있다.

거여동 예스공인 관계자는 "송파신도시 건설 사업이 속속 추진되면서 최근 들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며 "여름 휴가 비수기 탓에 매수세는 많이 꺾였지만 호가 오름세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송파 신도시 후광효과 '톡톡'

거여.마천동은 집값이 오르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던 동네로 꼽혔었다. 이런 동네에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송파 신도시 개발 구상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정부가 강남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송파구 거여.장지동과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하남시 학암동 일원에 미니 신도시를 건설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변 지역 땅값이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해 8.31 부동산대책과 투기 단속, 뉴타운 규모 축소 발표 등으로 올 상반기까지 지분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랬던 거여.마천동 일대 부동산시장이 최근 송파신도시 개발 청사진 발표와 지구 지정 이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호가 상승이라는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연립주택이 밀집한 거여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주택 10평대 지분 가격은 평당 3000만 ̄3200만원으로 2개월 전보다 평당 200만원 가량 올랐다. 빌라가 들어선 대지지분 7 ̄8평은 평당 3500만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는 올해 초보다 평당 500만원 가량 호가가 오른 것이다.

인근 참조은공인 관계자는 "이곳 부동산시장이 신도시내 30~40층의 초고층아파트 건설 등 송파신도시 개발 청사진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르면서 호가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희망가와 매도 호가 격차 커…거래 끊겨

그러나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 가능한 매물을 찾기 힘들다. 거여동 한솔공인 관계자는 "시장 침체에다 여름 휴가 비수기까지 겹쳐 매수세가 많이 꺾였지만 송파신도시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곳도 비슷하게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의 호가 높이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매수 희망가와 매도 호가간 격차가 너무 커 거래 성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인근 마천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 평당 2500만~2700만원에 거래됐던 10평 미만의 다세대 주택 지분 값은 현재 평당 3700만~4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마천동 으뜸공인 관계자는 "6평 이상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이보다 작은 지분의 호가가 오름세를 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지지분 10평 이상의 빌라는 평당 3000만 ̄3500만원선이지만, 6평 미만 지분의 평당가는 4200만원까지 호가한다.

아파트 시장 "송파 신도시 덕 좀 볼까"

거여.마천동 일대 아파트 시장도 송파신도시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송파신도시가 들어서는 곳에는 군부대시설밖에 없는 데다 인근 지역인 성남시 창곡동과 하남시 학암동 일대에는 아파트가 없다는 점 때문에 거여.마천동 일대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들 아파트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여서 매기가 끊긴 상태이지만 가격은 강보합세다.

거여동 현대1차 34평형은 이달 초보다 호가가 2000만원 가량 올라 5억 ̄5억4000만원이다. 거여2단지 동아.효성 37평형의 경우 6억2000만 ̄7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호가는 최고 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마천동 금호베스트빌 33평형도 시세는 4억 ̄4억3000만원선이지만 집 주인들은 4억5000만 ̄5억원 이상을 부른다.

거여동 대림공인 관계자는 "송파신도시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은 데다 청약가점제 도입이 첫 적용되는 신도시라는 점 때문에 중소형 유주택자들도 인근 거여동 일대의 기존 아파트에도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여.마천동 일대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근 중개업소 사이에서도 이곳 지분이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흘러 나올 정도다. 마천동 D공인 관계자는 "개발 기대심리에 집값이 단기간 급상승한 데다 앞으로 거래.양도 단계의 규제가 대폭 강화될 수 있어 투자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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