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폭주기관차, 추추 트레인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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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한국인 두 번째 포지션 플레이어 추신수(24·클리블랜드)가 펄펄 난다. 팀 이적과 동시에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지더니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다. 135만 달러로 지난 2000년 시애틀 입단 당시 역대 5번째 순위 안에 드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사이닝보너스를 받은 추신수는 6년 만에 드디어 큰 바다로 나섰다. 클리블랜드 폭주기관차 추신수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시리즈로 묶어 봤다.

타고난 손목 힘·어디서 나오나

'으스슥' '아악!'
 
2002년 여름. 시애틀 마이너리그 클럽하우스에서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한 동양인 선수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백인 동료 한 명을 '손 봐주고' 있었다. 폭행도, 집기가 내던져지지도 않았다. 다가가 그저 오른 손으로 상대의 손을 잡아 꽉 눌렀다. 왼 손은 야구하는 주요 손이니까 사용치 않았다. 추신수를 동양인이라고 이른바 '왕따' 기미를 슬슬 보였던 이 선수는 비명을 지르고 다시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추신수는 부산고 시절부터 타고난 손목 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으면서 순간 악력이 대단하다. 그를 줄곧 보아온 스카우트들은 하나 같이 추신수 타격의 비밀 가운데 절반은 바로 손목이라고 말한다. 150㎞ 이상 뿌려대는 패스트볼에 큰 강점을 갖고 있는데 추신수도 지인들에게 "163㎞ 정도 공이 들어와도 배트가 안 밀리고 다 쳐낼 자신이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너무도 익숙한게 150㎞ 이상의 패스트볼"이라고 자신있게 밝힌다.
 
손목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려서부터 받은 특별 훈련이다. 추신수가 초등학교(부산 수영초등학교) 시절부터 부친 추영민씨는 그를 권투 선수로 키우고 싶어했다. 당시만 해도 권투 인기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고, 그의 체구가 어려서부터 탄력 넘치고 다부졌다. 추영민씨는 집 마당에 철봉대를 설치하고 밑에 이불을 두껍게 깔았다. 매일 함께 초시계로 시간을 재며 추신수가 철봉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는 시간을 늘려 나갔다. 파워 손목은 이때 탄생했다. 추신수가 야구 글러브를 끼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는 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지 모른다.
 
손목과 어깨 등 상체 파워는 커진 대신 키에 있어서 다소 손해를 본 것도 사실. 추신수는 시애틀 입단 당시 180㎝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178㎝ 정도였다. 선수 본인도, 아버지도 신장 탓에 혹시 빅리그 입성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온게 사실이다. 추영민씨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때부터 매년 겨울 성장판이 닫히진 않을까 병원으로 데려가서 체크를 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작성된 의사 소견서까지 시애틀과 입단 협상시 제출했음은 물론이다.
 
총알송구를 가능케하는 손목 힘이지만 '외야수' 추신수는 다소 예민하다. 자신의 오른 손에 맞는 장갑을 찾기 위해 지난해 겨울 한국에 들어온 뒤엔 곧바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손에 맞는 글러브를 찾기 위해서다. 마이너리그 시절 주로 좌익수와 우익수를 본 추신수는 이때도 손에 딱 맞는 글러브가 없어 상당히 고심했다고 한다. 추신수는 예전 요코하마 고교때 알게된 지인의 도움으로 지금 클리블랜드에서 사용중인 안성맞춤 글러브를 얻게 된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이 지인은 '파이터' 추신수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이른바 요코하마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다음 회에 계속된다.

일간스포츠 김성원 기자 [rough1975@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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