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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산책] 한국의 오디오 매니아들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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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숍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음대생들은 CD를 잘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습 때 참고하려고 교수 추천음반 정도를 듣고 치우는 게 그들이기 때문이다. 성악가.가수 등도 마찬가지. 따라서 왕년의 재즈가수 빌리 할러데이나 쇼팽의 녹턴등을 수십 장씩 구입해 듣고 또 듣는 건 보통 애호가들 쪽이다. 오디오 역시 그렇다. 역설이지만 음악에 외려 더 목마른 건 그들일까?

예외는 있다. '왜불러'의 송창식, '풀잎사랑'의 최성수씨 등 대중가수가 그들이다. 송씨의 경우 솔리드스테이트(TR)앰프파. "답답한 소리의 진공관은 왜 들어?"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쪽이다. 재즈를 주로 듣는 최씨는 소문난 업그레이드 환자. 고가의 기기를 엄청 바꿔대는 통에 한때 그가 사용했던 물건을 중고로 구입했다는 이들이 적지않을 정도다.

이들 외에 가수 최희준.심신, 탤런트 강석우, 코미디언 강석, 영화배우 트위스트 김 등도 알아준다. 방송인 황인용씨를 빼놓으면 안된다. 골수 빈티지(반세기 전후의 명품 오디오)파인 그는 문화마을 헤이리에 입주해 오디오 룸 '카메라타'를 운영한다. 자, 이제는 정.재계 쪽. 우선 정계의 경우 이 동네가 영 썰렁하다. 오디오숍이 기억하는 정치인이 없을 정도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다소 예외다. 그는 레코드 수집에 관심이 많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꼽히는데, 그의 친형인 의사 회정씨도 음악애호가다. 그러나 재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풍요롭다. 우선 삼성가(家)의 경우 이건희 회장부터 섬세한 오디오 파일이다. 그의 장조카 이재현 CJ엔터테인먼트 회장도 그렇다. 예전 삼성이 하이엔드 오디오인 엠페러 시리즈 개발에 직접 관여했을 정도다.

현대가의 경우 금강고려화학(KCC)의 정몽진 회장이 소문나지 않았으나 대단한 호사가다. 진공관에 빈티지를 즐기는 그는 최근 미국의 1930년대 영화관용 오디오시스템(웨스턴 일렉트릭)전체를 뜯어다가 강남의 재즈카페 '야누스'에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빈티지의 황제'인 웨스턴 일렉트릭이라서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올 정도다. 이 밖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도 오디오 파일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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