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매물 없다"더니…일부 업자가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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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에서 사업을 하느 崔모(38)씨는 보름전 평소 알고 지내던 분당 신도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분당 아파트를 살 생각이 있는냐. 매물 하나를 간신히 구했으니 의사가 있으면 지금 사라"는 내용이었다.

최씨가 "투자할 사람이 그렇게 많냐"고 했더니, 중개업소 사장은 "매물이 나오면 중개업소가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 이웃 중개업소끼리 선점 경쟁이 붙을 정도"라고 전했다는 것.

최근 분당의 일부 부동산중개업소가 가격 상승세를 틈타 아파트를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매점매석(買占賣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 집값 폭등의 이면에는 매물을 가장 먼저 접하는 일부 중개업소의 매입도 한 몫한 것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9.5 대책 이후 지난 10일까지 서울 강남구가 5.9% 상승한데 비해 분당 상승률은 이의 2배 이상인 12.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지역 일부 중개업소들은 서울 강남권을 주로 겨냥한 9.5 대책 이후 분당에 투자문의가 늘면서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직접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교신도시와 가까운 지역의 중대형 평형이 집중 공략 대상이 됐다.

이들 중개업소 가운데는 전주(錢主)를 동원하는 곳도 있지만 주로 전세를 끼고 대출까지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것.

매매가 5억5천만원짜리 48평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 2억원을 끼고, 대출 5천만원을 받으면 현금 3억원만 갖고 살 수 있다. 반면 분당 아파트는 최근 한달새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해 단기간에 높은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일부는 소유권을 넘겨받지 않고 계약금만 건 뒤 다른 매수자를 끼워넣는 미등기 전매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분당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소유권을 중개업소가 완전히 넘겨받은 경우엔 양도세 부담이 있지만 시세차익이 크고, 미등기 전매를 할 경우엔 세금을 피하는 대신 차익이 적다"며 "최근 분당의 집값 상승폭이 워낙 크다 보니 양도세를 내더라도 차익을 높이는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뿐 아니라 백궁.정자지구 일대에서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도 이들의 타깃이 됐다.

미켈란쉐르빌과 두산 위브의 경우 계약금 2천3백만~5천만원에다 5천만~1억원 안팎의 프리미엄만 주면 입주 때까지 중도금 부담이 없어 이미 한두달 전부터 일부 좋은 매물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는 "올초 강남지역의 부동산업소끼리 물건을 주고받던 거래행위가 분당에도 재연됐다"며 "대다수 선량한 중개업소가 아닌 일부의 얘기겠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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