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藥 영업 뛰는 수의사 6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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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도대체 DVM이 뭐죠."

프랑스계 제약회사 사노피신데라보 한국 지사(사장 소지에)에 근무하는 수의사 6인방.

이 회사에서 중추신경계 약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용현씨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묻기 일쑤라고 말했다.

DVM은 수의사의 약자. 수의사 자격증을 갖추면 동물병원을 열거나 동물 임상 분야, 검역, 동물 약품업계 등에서 일하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에 제약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 진출해 능력을 펼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노피신데라보의 수의사 6인방 가운데 터줏대감은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는 김광호 부사장이다.

수의학 박사이자 건국대 수의학과 외래교수인 그는 1970년대부터 30여년간 제약업계를 누볐다. 수의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다국적 제약회사의 경영진에 올랐다.

1996년 사노피신데라보로 옮기면서 그의 대학 제자뻘인 이준수.이용현.박맹기씨가 차례로 합류했다. 강태우(서울대 수의학과).이재필(충북대 수의학과)씨도 합류하면서 6인방이 됐다.

이들의 연령은 30대 초반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제약 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곱지 않았을 때는 '왜 사람 약을 파는데 수의사가 나서느냐'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고객도 적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수의사에 대한 평가까지 더욱 높아져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金부사장의 회고다.

제약업의 연구개발 분야는 약 성분을 잘 아는 약학.생화학 전공자들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그 성분이 인체에 어떤 효과를 내느냐를 설명해야 하는 영업 부문은 의학 계열 전공자에게 잘 맞는다.

신약개발은 꼭 동물실험을 거치는 데다 수의학 과정의 90%는 의학과 흡사하기 때문에 수의사도 의사 못지않게 의약 영업에 적합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항암제 분야를 맡은 이준수씨는 "생명 존중이라는 수의사의 기본 사명은 인류의 건강 증진과 난치병 퇴치라는 제약회사의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데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후배 수의사들에게 제약업계를 적극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3만여명에 74억유로(약 9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사노피신데라보는 유럽 7위의 다국적 제약회사다.

플라빅스(혈전증), 아프로벨(고혈압), 스틸녹스(불면증), 엘록사틴(대장암 및 위암) 등 유명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한국에는 85년 진출했다.

김창우.김승현 기자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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