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감각 부족 뒷북치다 1년|조순 경제 팀 출범 1년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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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공청산 등 연말·정치권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개각설이 나도는 가운데 조순 경제 팀이 5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현 경제 팀은 「전환기의 상황」이 그렇듯이 취임 초부터 산적한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계속되는 경기하강 속에 대우조선·한국중공업 등 부실기업처리는 물론 토지공개념·금융실명제도입 등 난제에 대해 정신없이 씨름을 해왔고 난국을 헤치기 위한 고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학자출신인 조 부총리에게 지난 1년간은 상아탑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케 한 한해였다.
조 부총리는 경제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장기적 해결방안 제시에 장처를 발휘해 경제학자로서의 원천적 설득력을 겸해 이점에서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는 평가도 받고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대한 감각부족과 관료사회에 대한 적응력은 미흡했다는 중평. 취임 초부터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최근의 「11·14」경기대책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책에 대한 시각차 조화는 현 경제 팀의 숙제가 되고있다.
물론 이점은 현 상황이 정치·사회는 물론 경제분야도「조화」보다는 「마찰과 대립」이 더 부각되고 있는데서 연유하고 있다. 현 경제 팀의 1년을 맞아 「사람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12%대 고속성장의 「끝물」과 정치·사회 등 꼬일 대로 꼬인 경제주변상황을 함께 인수받은 현 경제 팀은 이렇다 할 팀컬러를 내보이지 못한 채 경제논리를 펴기에 적극적이기보다는 방어적이었다.
경제기획원은 과거와 같은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고 주요 정책수단을 거머쥐고 있는 재무부는 1년 내내 버티다가 끝내 금리인하 조치로 헝클어지고 말았다.
상공부는 한 중 문제 하나를 1년이 넘도록 해결치 못하고 있으며, 동자부는 부처자체의 존폐위기에 닥쳐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주요 경제부처 중 유일하게 장관이 경질된 건설부는 문희갑 청와대 경제수석 팀의 주도아래 분당·일산신도시 건설사업의 「실무부서」로 격하된 셈이 됐고, 농림수산부는 매사에 과거 어느 때보다 「신중」한 태도를 지켰다.
그같은 상태에서 문 수석의 목소리는 크게 들렸고 이는 왕왕 경제 팀 내의 「불협화음」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토지공개념 관련법안의 추진, 신도시 건설 등 현 경제 팀은 주요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취임 1년을 맞으면서 관계·재계에도 현 경제 팀에 대한 「소폭」「대폭」개각설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관심은 현 경제팀장인 조 부총리에게 몰릴 수밖에 없어 교체될 경우 그 동안 경제 팀의 색깔 바꾸기로 미뤄볼 때 관·정계에도 교류 폭이 넓은 실물 팀의 등장이 점쳐지고 있다.
조 부총리가 교체될 경우 후임으로는 그동안 공공연히 의사를 밝혀온 이승윤 민정당 정책위의장이나 6공 경제정책의 핵심수뇌인 문희갑 청와대 경제수석의 등용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또 나웅배 의원도 실물경제에 밝고 관료조직과의 유대도 강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이미 부총리를 지냈고 지역구를 맡고 있는 점 등의 제약요인도 많다.
문 수석은 부총리 기용설 뿐 아니라 유임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고 또 6공 경제정책의 핵심인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 등이 금융·세제를 통해 뒷받침 될 수 있는 것이어서 실무총책 격인 재무장관세도 유력.
특히 대기업들이 조순 경제 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공공연히 표출해왔고 또 경제 팀의 대폭개편이 이뤄질 경우 이는 「문책성인사」가 될 수밖에 없어 후임에는 당연히 실물 경제 팀이 들어설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그런 관점에서 현 경제팀 중 실물에 강한 한승수 상공장관의 부총리 발탁설도 나돌고 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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