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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임수정 '두근두근 입맞춤'

중앙일보

입력

#1: 김래원, 밥 먹으라고 준 나무젓가락을 열심히 깎고 있다. 뾰족하게 만들어서 물고기 잡는 작살로 쓰겠다고 한다.
#2: 임수정, 한참 동안 스노클링 연습을 하더니 하얗게 질린 채 기진맥진이다. 태어나서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신 적이 없다고 한다.

파란 하늘을 끌어안은 사이판의 쪽빛 바다는 그 앞에 선 모든 사람을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하물며 멜로 영화 찍으러 나선 청춘남녀야. '옥탑방 고양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이후 얼굴에서 광채가 번쩍번쩍 나는 김래원(22)과 '장화'를 연기한 후 영화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임수정(23).

두 배우가 사랑을 그리는 영화 < …ing >(드림맥스, 이언희 감독)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태평양의 사이판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촬영팀이 도착하기 전날까지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만 두 청춘 스타가 발을 디딘 순간부터 사이판은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씨를 보였다. 200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두 사람, 그들이 그리는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ing >는 다음 달 21일 개봉한다.

* * * 물개와 맥주병의 만남

김래원은 물개, 임수정은 맥주병. 하지만 사정 봐줄 시간이 없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아름다운 바닷속 유영 장면을 서둘러 찍어야 했다. 그래서 물 속이 깨끗하다 못해 투명한 사이판 바다를 찾아왔다. 극중 배경은 하와이지만 최근 태풍으로 하와이 바닷속이 지저분해져 촬영지를 사이판으로 바꿨다. 화려한 물고기들이 눈앞에서 헤엄치는 사이판 바다는 가슴이 터질 듯 아름다웠다.

"난 물과 하나"라는 김래원은 한번 물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였다. 아무런 장비 없이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바닷속을 유영하는 이 신은 김래원을 위한 것이었다. 다만 그가 던진 나무젓가락 작살에 맞아 곳곳에서 부상한 물고기가 속출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

실제로 바다낚시를 즐기며 배 위에서 회를 직접 뜨는 김래원은 촬영 도중 팔뚝만한 새끼 상어 출현 소식에 "상어 회를 먹어야겠다"며 법석을 떨기도 했다.

반면 이틀에 걸쳐 10시간 정도 물 속에 있어야 했던 임수정은 "폐가 너무 아프고 숨을 못 쉬겠다"고 호소해 제작진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기도 했다. 하지만 카메라만 돌면 곧 야무진 태도로 핸디캡을 극복하며 촬영을 마쳤다.

사이판에서 찍어야 하는 또 하나의 장면은 석양을 마주한 첫 키스. 해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두 배우가 가슴 떨리는 첫 키스를 해야 했다.

물 속을 헤집고 다니던 김래원도 키스신을 앞두고는 긴장되는 모양.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애써 떨리는 마음을 감췄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감정을 잡아 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임수정 역시 얼굴에서 표정을 거둬내고 차분하게 앉아 있다.

오후 6시 15분.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노을에 둘러싸인 사이판 마나가 섬은 현실과는 뚝 떨어진 파라다이스였다. 1980년대 피비 케이츠 주연의 <파라다이스>를 옮겨 놓은 듯. 덕분에 김래원, 임수정 두 청춘 남녀의 모습은 더욱 빛이 났다.

해가 사이판 바다로 뚝 떨어지기 전에 키스 신을 찍어야 하니 연습할 시간이 없다. 하긴 이렇게 아름다운 분위기라면 절로 키스하고 싶어질 텐데. 하지만 슛이 들어가자 NG가 이어졌다. 20여 명의 사람들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쳐다보고 있으니 어색도 하겠지.

그러자 김래원은 "웃지 마세요. 당사자 말고는 모르는 그런 게 있잖아요"라며 주위를 향해 뜻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결국 네 번째 만에 OK 사인을 받은 두 사람. 바닷가 야자수 그늘 아래서의 키스는 비록 연기일지언정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사이판=일간스포츠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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