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로 숨진 박 상병의 가족들이 10일 빈소가 마련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영안실로 향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지난해 6월 경기도 연천의 전방초소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10일 오전 가평군 산동리 육군 맹호부대 소속의 이모(20) 이병이 선임 병사 두 명에게 총기를 발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걱정이 높아가고 있다.
'이병 엄마'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좋은 생각'(http://www.positive.co.kr)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제 갓 군에 입대한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의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디 '지리풀꽃'은 "아침에 사고 뉴스를 접하고는 걱정되고 불안해 견디기 힘들다"며 "참고 또 참고 이겨내고 견뎌내 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병 엄마 모임 회원들은 사고를 일으킨 이 이병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번 사고가 일어나게 된 군대 내의 구조적 모순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 모임의 운영자 노은(50)씨는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됐을 일인데, 당사자들 사이에서 작은 문제가 서로를 힘들게 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네티즌 함진성씨는 "모든 병사는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예전부터 존재해 온 병사 간의 명령이나 구타.언어 폭력 등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사건은 계속될 것"이라 지적했다.
큰아들이 강원도 동해시의 한 해군부대에서 복무 중이라는 최은희(48)씨는 "아들이 현재 상병인데 후배들에게 혹시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가슴이 떨린다"며 "이.일병 땐 선배들에게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후배들 때문에 사고당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군 입대를 앞둔 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 인터넷 사이트에 의견을 남긴 네티즌 김윤님씨는 "아들을 잃고 피눈물을 흘릴 부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군 입대를 목전에 둔 아들을 둔 엄마로서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군 당국자들, 당신 아들들도 군에 보내시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남자친구가 육군 6사단에서 복무 중이라는 대학생 김미성(22)씨는 "어제 100일 휴가 나온 남자친구를 만나 기뻤던 게 잠시"라며 "이번 사고를 접하고 나니 귀대하기 싫다는 남자친구를 억지로 돌려보낸 게 마음이 더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달 초 군복무 중인 아들이 일병으로 진급했다는 네티즌 조남준씨는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 정말 아들의 안전이 걱정돼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해이해진 군대 내의 기강이 이 같은 참사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1992년에 군대를 제대했다고 밝힌 네티즌 dldlwogud는 "군대에서 자꾸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어떻게 상급자에게 총부리를 대고 난사할 수 있는지 부대 운영 관리자에게 책임 소재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이수기 기자<retalia@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