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총기사고 … 떨려서 잠도 안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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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총기사고로 숨진 박 상병의 가족들이 10일 빈소가 마련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영안실로 향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왜 자꾸 이런 일이 터지는지 모르겠어요. 자식을 군대에 맡긴 부모로서 불안해 잠을 이룰 수 없어요."

지난해 6월 경기도 연천의 전방초소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10일 오전 가평군 산동리 육군 맹호부대 소속의 이모(20) 이병이 선임 병사 두 명에게 총기를 발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걱정이 높아가고 있다.

'이병 엄마'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좋은 생각'(http://www.positive.co.kr)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제 갓 군에 입대한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의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디 '지리풀꽃'은 "아침에 사고 뉴스를 접하고는 걱정되고 불안해 견디기 힘들다"며 "참고 또 참고 이겨내고 견뎌내 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병 엄마 모임 회원들은 사고를 일으킨 이 이병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번 사고가 일어나게 된 군대 내의 구조적 모순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 모임의 운영자 노은(50)씨는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됐을 일인데, 당사자들 사이에서 작은 문제가 서로를 힘들게 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네티즌 함진성씨는 "모든 병사는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예전부터 존재해 온 병사 간의 명령이나 구타.언어 폭력 등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사건은 계속될 것"이라 지적했다.

큰아들이 강원도 동해시의 한 해군부대에서 복무 중이라는 최은희(48)씨는 "아들이 현재 상병인데 후배들에게 혹시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가슴이 떨린다"며 "이.일병 땐 선배들에게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후배들 때문에 사고당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군 입대를 앞둔 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 인터넷 사이트에 의견을 남긴 네티즌 김윤님씨는 "아들을 잃고 피눈물을 흘릴 부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군 입대를 목전에 둔 아들을 둔 엄마로서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군 당국자들, 당신 아들들도 군에 보내시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남자친구가 육군 6사단에서 복무 중이라는 대학생 김미성(22)씨는 "어제 100일 휴가 나온 남자친구를 만나 기뻤던 게 잠시"라며 "이번 사고를 접하고 나니 귀대하기 싫다는 남자친구를 억지로 돌려보낸 게 마음이 더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달 초 군복무 중인 아들이 일병으로 진급했다는 네티즌 조남준씨는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 정말 아들의 안전이 걱정돼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해이해진 군대 내의 기강이 이 같은 참사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1992년에 군대를 제대했다고 밝힌 네티즌 dldlwogud는 "군대에서 자꾸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어떻게 상급자에게 총부리를 대고 난사할 수 있는지 부대 운영 관리자에게 책임 소재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이수기 기자<retalia@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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