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화나면 홈~런 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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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강렬한 스윙으로 시즌 36호 홈런을 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안타를 치고 나간 야쿠르트의 라미레스(右)가 이승엽의 등을 다독이고 있다. 라미레스는 9일 이승엽의 원바운드 타구를 잡아 심판의 아웃 판정을 끌어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30)이 시즌 36호 홈런을 쳤다.

이승엽은 10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원정경기 8회 초 네 번째 타석에서 야쿠르트 왼손 투수 이시이 히로토시로부터 왼쪽 담장을 넘는 홈런을 빼앗아 하루 전 오심 때문에 안타를 빼앗긴 분을 후련하게 풀었다. 이승엽은 5일 요코하마전 이후 세 경기만에 추가한 이 홈런으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승엽은 2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야쿠르트 선발 이시이 가즈히로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쳤고, 세 번째 타석인 6회 초 무사 1, 3루에서는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3타수 2안타를 친 이승엽은 타율 0.326, 2타점과 2득점을 추가해 78타점 78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이승엽의 희생타와 홈런으로 두 점을 얻는 데 그치면서 2-7로 졌다.

승부가 1-7로 기운 가운데 야쿠르트의 후루타 아쓰야 감독은 8회 초 1사 후 이승엽 타석이 되자 왼손 마무리 이시이 히로토시를 기용했다. 이시이는 3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예선리그에서 이승엽에게 8회 초 역전 투런 홈런을 맞은 선수다. 이승엽은 볼카운트 0-1에서 144㎞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한편 요미우리는 9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 9회 이승엽이 친 타구가 아웃으로 판정된 데 대해 10일 센트럴리그 사무국에 제소했다. 이승엽은 무사 2, 3루에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렸으나 2루심은 좌익수가 바로 잡은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분명한 오심"이라며 흥분한 기요타케 히데토시 요미우리 구단 대표는 "명예와 기록을 되찾기 위해 제소한다"고 밝혔다.

일본 신문들은 오심 상황과 이승엽의 분노를 10일자로 자세히 보도했다. 스포츠호치는 "늘 조용했던 이승엽이 이례적으로 분노를 폭발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더그아웃 앞 간판을 왼발로 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래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으며 그라운드를 향해 '왜 이래'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도 '이승엽 격노. 또다시 미묘한 판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승엽이 오심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 아니다. 6월 11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2점 홈런을 쳤지만 3루심이 앞선 주자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았다고 판정해 홈런이 단타로 기록되는 불이익을 당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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