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현대 미술 대표작을 한 눈에|서울미술관-『마법의 증거』전 현대미술관-『이탈리아 현대 조각 단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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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구미 현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어림잡을 수 있는 두 전시회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25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마법의 증거』전과 12월14일까지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현대 조각의 단면: 1946∼1989』.
이 두 전시회는 각각 전후 구미 미술계를 주도해온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함으로써, 미술계는 물론 미술 애호가들이 그동안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구미 현대 미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이색적인 주제를 내건 『마법의 증거』전은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유럽 미술의 아버지로 손꼽히는 마르셀 뒤샹을 비롯해 샘프랜시스·레베카호른·사르키스·니키 드 생팔·토마스 사농 등 6명의 조각·모노타입·회화 등 18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작가들은 제각기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구미 현대 미술의 다양한 유파를 형성해온 「큰 별」들이다.
이 가운데 뒤샹과 프랜시스는 개별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나머지 작가는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이처럼 대표적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마르셀 뒤샹은 프람스 다다이즘의 중심적 인물로 이번 전시회에 개념적이고 에로틱한 판화 9점이 내걸렸다. 추상 표현주의의 대가로서 후에 전외 미술 단체인 「쉬포르 쉬르파스」에 큰 영향을 끼친 샘 프랜시스는 『확장』 등 판화적 기법의 추상 회화 3점을 출품했다.
이밖에 과학 (전기)과 예술의 상호 관계를 독특한 오브제로 포착한 레베카호른과 토마스샤농, 현대 사회에 있어서 여성성의 문제를 거대한 환경조작으로 형상화한 생팔, 상황과 시각적 의미를 융합시키는 복합 예술의 창조자인 사르키스 등의 최근작과 초기 대표작이 선보였다.
이 전시회는 프랑스 퐁피두센터 고문인 퐁튀스 훌텐에 의해 주선되었다. 20여년간 퐁피두 센터 관장을 역임했던 훌텐은 프랑스는 물론 구미 미술계의 거물로서 지난해 서울 올림픽 때 이같은 전시회를 열었다 무산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훌텐에 의해 붙여진 『마법의 증거』 (The Evidence Of Magic)는 일상과 과학 속에서 연금술과도 같이 시적 세계를 창조해내는 예술의 마법 적인 힘을 증언해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탈리아 현대 조각의 단면=1946∼1989』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전후 이탈리아의 조각계를 주도해온 대표적 조각가 14명의 작품 25점이 소개되고 있다.
빛의 감성과 조형적 유연성을 살린 자코모 만추, 환상적인 역동성을 부각한 페리클레 파치니, 대각선의 동적 공간 구성을 여러 소재로 표현한 산테모나케지 등….
이 전시회는 오랜 조각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조각계가 현대 미술 사조와 융합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모해 왔는가를 잘 알 수 있는 전시회로 평가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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