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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팀 해외 전훈 하위 팀 지옥 훈련|프로야구 각 구단 겨울나기 명암 교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프로 야구 마무리 훈련장에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지난 시즌 성적이나 성과에 따라 개인별 혹은 팀별 훈련 내용이 판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MBC·롯데 등이 때 이른 지옥 훈련을 펼치며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불어넣고 있는 반면 해태·빙그레·태평양 등 상위권 팀들은 유공 선수들에게 일본 야구 견학·온천 여행·휴식 등을 제공, 상위권과 하위권의 명암이 현저히 엇갈리고 있다.
『대도시의 자존심을 되찾고 말겠다』면서 일찌감치 마무리 훈련에 돌입한 MBC와 롯데는 특히 프로 야구계에서 도중하차했던 원년 감독들의 의욕적인 복귀로 강한 새바람을 일으키는 가운데 훈련의 강도와 열기 면에서 타 구단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6일 백인천 감독이 고삐를 잡은 MBC청룡은 다음날부터 혹독한 훈련에 돌입, 순식간에 팀 분위기가 쇄신됐다.
『나를 믿고 따르지 않는 선수는 필요 없다』 『야구만을 생각하라』는 등 쉴새없이 몰아치는 백 감독의 주문에 따라 하루 4시간씩 일본 프로 야구에서 직수입한 훈련 방법인 지상 스케이팅 훈련·오리걸음·엎드려 상체 일으키기 V체조 등으로 체력 단련에 몰두하고 있다.
MBC가 특히 하체 훈련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지난 시즌의 성적 부진이 투수들이 하체가 허약해 완투 능력이 없었고 훈련 분위기가 집중되지 못한 때문이라는 백 감독의 분석에 따른 것인데 이같은 훈련을 거듭하면서 기술 훈련을 병행할 경우 개인별로 지금보다 20∼30%의 능력이 향상 될 것으로 백 감독은 호언하고 있다.
또 악바리 훈련이라면 백 감독에게 뒤지지 않는 롯데 김진영 감독도 지난 13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순해빠진 (?) 롯데 선수들에게 독한 근성을 심어주기 위해 휴식 없는 4시간 강훈을 펼치고 있다.
김 감독은 내년 2월 일본 롯데오리온스와의 합동 훈련 때까지 강인한 체력·끈질긴 승부근성을 만들어놓고야 말겠다는 복안이다.
이와는 달리 상위권인 해태·빙그레·태평양은 여름 내내 고생한 보람이 있어 따뜻한 겨울을 맞고있다.
코리언 시리즈 우승팀 해태의 경우 선동렬 김성한 등 주전급 선수들은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신인 선수들을 주축으로 지난 15일부터 한달 예정으로 마무리 훈련을 벌이고 있다. 해태는 내년 2월10일부터 20일간 대만 가오슝 (고웅)에서 전지 훈련을 벌이며 대만 프로팀 (3개 팀)들과도 친선 경기를 가질 예정.
준우승 팀 빙그레도 장종훈 등 6명의 유공 선수들을 지난 10일부터 보름간 일본 다이에이 호크스팀에 보내 선진 야구를 직접 경험케 했다. 빙그레는 다음달 15일까지 대전에서 가벼운 마무리 훈련을 가진 뒤 2월1일부터 한달간 일본 나가사키 시마바라에 동계 훈련 캠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만년 하위 팀에서 올 시즌 처음 상위 진출을 맛본 태평양은 김동기 등 19명의 선수들을 백암온천에 보냈고 박정현 최창호 정명원 트리오를 포함, 1등 공신들은 일본 프로 야구 견문 여행을 시켰다.
태평양 역시 다음달 초까지 인천에서 가벼운 마무리 훈련을 편 뒤 1월말부터 27일간 일본에서 동계 훈련을 벌일 계획.
한편 4위 팀 삼성은 지난 5일 재미 동포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코치 윈델 김과 투수 코치 마티를 초빙, 보름간 투수·야수들에게 선진 기술을 직접 접목시켰다.
타 구단과는 달리 기술 교육에 전념한 삼성은 특히 투수진의 경우 마티로부터 SF볼 (스프리트 핑거 패스트 볼)을 집중 전수 받는 등 투수력 강화에 획기적인 계기가 됐던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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