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 고향방문 왜 결렬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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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열린 남북 적십자 제7차 실무대표 접촉에서 남북양측은 북한측이 제기한 혁명가극 공연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 전혀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다. 양측은 다음 접촉의 일정조차 잡지 않은 채 헤어져 제2차 고향 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과 제 11차 적십자 본 회담 개최의 연내 실현은 물론 회담 자체마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8차 접촉의 날짜조차 확정하지 않고 회의를 끝낸 것은 혁명가극 공연 문제에 대한 남북양측의 입장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북측 박영수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혁명가극의 내용이 남북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남을 비방·중상·자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측 송영대 수석대표는 『혁명가극이 ▲적십자의 정치성 배제 원칙▲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쌍방 합의내용 ▲예술단 교환은 고향 방문단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근본 취지 등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반대이유를 설명했다.
송 대표는 특히 북한에서 발행한 『문학예술 사전』과 『백과 전서』를 인용, 『꽃 파는 처녀』와 『피바다』가 『혁명 투쟁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교과서로 계급적 원수를 무찌르고 성스러운 혁명투쟁을 불러일으킨다』 『계급 민족해방을 위해서는 수령의 영도아래 혁명적 무력으로 반혁명적 무력을 깨부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라고 한 것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날 접촉은 남북 양측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마지노 선만 확인한 채 끝났다.
북측은 결국 고향 방문단 교환을 시작으로 진행 될 남북간 인적교류와 대외개방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듯 하다.
우리측에서도 지난 21일의 6차 접촉이후 『꽃 파는 처녀』 등의 공연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이를 허용할 경우 앞으로 대학가에서 『피바다』 등을 공연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받아들인다해도 북한측이 또다시 다른 핑계로 빠져나갈 것이 분명한 상태에서 우리측이 안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또 북한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고향 방문단 교환을 내년 5월께로 미루자는 의사를 비치고있어 북측의 마지막 도피카드인 공연문제를 우리측이 수용할 경우 북측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게 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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