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에 오른 한· 소 경제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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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 소간 경제교류가 최근 소련 측의 적극적인 대한 접근 책에 힘입어 본격화되고 있다.
소련의 한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모스크바당국은 빠르면 이 달 중으로 모스크바에 가인가 상태로 이미 현지사무소를 설치하고 있는 삼성· 현대· 럭키금성· 대우· 진도 등 5개 사의 지사를 정식으로 설치허가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당국과는 별도로 극동 연해주 (프리모르스키) 의 주요도시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시 당국은 이 지역 내 경제특구조성이 내년1월부터 본격추진 될 것임을 밝히고 현대와 대성탄좌가 시베리아 석탄개발에, 또 대우가 아무르· 치타 등 중소 국경지역에서 소련과 합작으로 목재벌채 및 생산 등 삼림개발을 위한 공장설치를 서두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바로프스크에서 기자와 만난 현대종합상사 주강수 전무 (자원사업본부장) 는 현대가 이미 지난 10월초 나홋카 지사를 설치, 2명의 요원이 파견돼 있으며 연해주당국과 대성탄좌와 공동으로 탄광개발에 나설 것에 합의, 지난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연해주 석탄공사 측과의 합의 안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사와 대성탄좌는 소련 측과 50대 50의 합작으로 나홋카 북쪽 5km지점에 있는 파르티잔스크 지역의 탄광개발에 참여, 1차 연도에는 50만t, 다음해부터는 매년 2백만t씩의 유연탄을 생산해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이 합작 안은 현대 측이 중 기계 등 장비를, 대성탄좌 측이 채굴기술을 각각 제공하며 채굴된 유연탄은 반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돼 있다.
한편 대우는 모스크바당국의 제의로 중국 흑룡강성 북부 아무르와 치타주 삼림개발에 참여할 것을 검토 중으로 김우중 회장이 지난 10월 중 직접현지를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지역개발에는 북한측이 노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 최초의 한-북한· 소의 3국 공동개발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소식통이 말했다.
한편 수산업부문에서도 한국기업의 블라디보스토크-나홋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삼호 어묵으로 알려진 삼호물산은 지난 24일 연해주당국과 합의, 내년 중 명태가공품 1천t을 수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마리쇼코 (소-싱가포르 합작) 사를 통해 한국에 반입될 것이라고 삼호 측이 밝혔다.
이처럼 한 소 경제교류가 본격화됨에 따라 소련당국의 경제특구에 대한 특별법도 곧 발표될 예정으로 있다.
이곳 나홋카 경제특구는 이미 지난 4월 이 지역을 통해 나가는 수출품의 소득세를 종전 30%에서 기업에 따라 10%까지 내리는 조치를 취한바 있다.
경제특구의 해상문호로는 나홋카 항과 인근 보스토치니 항이 이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국의 현대상선과 천경해운은 최근 컨소시엄을 구성, 소련의 극동해운공사 (FESCO) 와 각 1만t급 세미컨테이너선을 1척씩 투입, 내년 2월부터 주 1회 정기 운항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직항로가 개설되면 현재 중형컨테이너 개당 7백60달러 수준인 운임이 15% 이상 낮아지며 소요시간도 종전의 6∼7일 (일본 경유) 보다 2일쯤 단축된다.
극동지구 경제특구계획이 본격화됨에 따라 소 당국은 더 많은 한국기업의 참여를 바라고 있으나 한국기업 측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자보장협정 ▲합작기업에 대한 2중 과세방지협정 등 특정한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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