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편중|빈곤한 재정|전문인력 부족|지방 무용단체 설 땅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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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국 규모의 무용제나 서울 무대에 지방 무용 단체가 두루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어 활발한 교류와 자극을 통한 무용 수준 향상이 어렵다는 소리가 높다.
게다가 지방 무용 단체들의 인적·재정적·기술적 수준이 서울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문예 진흥원의 지원금 배정 마저 서울 무용 단체들에 편중돼 있어 서울과 지방 무용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9월 처음 전국 시립 무용단 무용제가 서울 국립 극장에서 열려 부산·인천·목포·대구·광주 등 5개 도시 시랍 무용단이 참가했으나 일반 무용단들엔 그나마의 기회도 없었고 대한 민국 무용제도 전국 모든 무용 단체들에 문호가 개방돼 있다고 하나 사실상 지방 무용 단체들의 참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실정이다.
지난 87년 10월 대구에서 일반 무용 단체들을 위한 지역간 연합 무용 제전이 모처럼 열려 무용인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문예 진흥원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지 못해 88년에는 일단 중단됐다. 일반 무용 단체들은 문예 진흥원 지원이 없더라도 올해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12월께 다시 연합 무용 제전을 열기로 했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각 지방 대학들이 잇따라 무용학과를 개설, 현재 전국 각 대학 및 전문 대학의 무용학과수는 20개를 넘어섰고 충북대 등도 무용학과 개설을 추진 중이어서 무용 전공 졸업생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무용 단체수도 급증 추세를 보여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약 4O개를 헤아리던 무용 단체가 현재 약1백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서울의 국립 국악원 무용단과 국·시립 무용단 및 유니버설 발레단과 각 지방 시립 무용단 등 12개의 직업 무용단을 제외한 지방의 사설 무용 단체들이 서울 무대에 서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공연장 대관, 관객 동원, 경비 조달 등의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매우 드문 탓이다. 올 들어 지방 무용단들이 서울에서 열린 한국 무용 제전, 국제 현대 무용제, 오픈 모던 댄스 페스티벌, 제5세대 춤 판 등의 행사에 의욕적으로 참가했던 것은 이 같은 부담 없이 서울 무대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무대에 올려졌던 지방 무용단 중 일부는 수준 이상으로 평가되는 등 지방 무용계도 점차 그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다만 창작 활성화 기금 배정 및 행사 예산 지원 등 문예 진흥원의 배려가 미흡한 것이 문제다. 지방 무용인들은『무용수들이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제대로 된 연습실이 없고 무용 평론가가 없어 지역 신문을 통한 본격적 소개도 어려우며, 빼어난 안무가나 무용수 확보가 어려운데다 공연장 시설이나 음향·조명·스태프들의 수준 등이 서울보다 두루 불리한 조건에서 고군 분투하고 있는데도 문예 진흥원의 지원은 서울에 편중돼 있어 더욱 서럽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 6월 한국 무용 평론가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도 전국 지방 무용제 신설 및 중앙과 지방의 공평한 지원금 배분과 함께 서울과 지방의 무용을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는 문예 진흥원의 현행 지원 방식이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됐었다. 서울과 지방의 무용계를 고루 발전시키고 활기를 불어 넣으려면 문예진흥원의 공평한 지원금 배분과 함께 지방 무용단체의 서울 공연, 서울 무용 단체의 지방 공연을 활성화시켜 서로 자극 받도록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무용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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