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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의류 붐 과소비 지적도 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 15일 오후 3시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7층 특설행사매장, 한강모피기획전의 하나로 역대 미스코리아들이 펼치는 모피 패션쇼가 열렸던 매장은 인산인해, 젖먹이를 데려 나온 20대 중반 젊은 주부에서 60대 초반 할머니들이 자리을 가득 메운 가운데 중년 남성들의 모습도 심심치않게 눈에 띄어 최근 패션계를 강타하고 있는 모피 붐을 실감나게 했다
올가울 전국 여성들을들뜨게한 모피 열풍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것은지난 9월 3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강모피 패션쇼, 이후 스칸디나비아 모피 사육업자들의 모임인 SAGA(사가)의 모피패션쇼, 우단모피패션쇼 등 관련 제조업체들의 패션쇼가 잇따라 펼쳐지며 관심이 높아가기 시작햇다.
11월에 들어서며 대형 백화점등 유통기관의특별 기획전으로 연결되면서 2030%의 실질적인 가격인하와 함께 할부구매가 가능해지자 폭발적인 붐을 이루게 됐다.
실제로 지난 4∼14일 현대 백화점 압구정점 특설 행사 매장에서 열렸던「진도모피 특별초대전」에는 하루 평균 20여벌이 팔려나가 하루 매출액만도 2천8백만~3천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 백화점 홍보과 오영돈 대리는 『구매층은 30대 중반∼50대 여성으로 일부 혼수용 구매도 있었으나 대부분 직접 입으려는 여성들』이라고 밝히고『특히 80만∼1백만원대의 밍크 반코트의 인기가 높아 하루 평균 판매량의 70%정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백만원 가까운 고가품의 판매도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편승, 자신의 소득 수준을 생각지 않고 비싼 모피 제품을 사들이는 풍조는 또 다른 과소비로서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조업체·유통업체들의 대대적인 판촉술에 소비자들이 들뜨는 원인은 과거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싸진 때문.
밀수 등 음성적 거래에 의해서나 살 수 있었던 밍크 등 고급 모피류가 87년7월부터 고급모피 내수용, 수입이 허용되면서 ㈜진도를 선두로 수출 모피 의류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제 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당국에서도 특별 소비세에 대한 조정에 들어가 88년 1백%가 부과되던 고급 모피류의 특별 소비세를 70%로 낮춘데 이어 금년부터 공장도 가격 1백만원 미만 제품은 특별소비세 면제, 1백만원 이상 고가품은 특별 소비세 60%로 재조정함으로써 가격이 싸지게 됐다. 모피의류 제조 업체들이 1천억원 규모의 내수 시장에 주력하게된 것은 수출 부진이 주요인. 미건물산의 한 관계자는 『86년이래 인건비가 해마다 20∼25%씩 상승함으로써 가격 경쟁을 할 수 없게돼 국내 시장으로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하고 『터키·스폐인 등지에서 수입 완제품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것도 국내 공임이 높아 가격대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진국에서 모피 유행이 한물 갔기 때문에 국내에서 그 대체수요를 유발시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디자이너 노라노씨는 『선진국의 경우 「입는 보석」으로 여성 최고의 사치품으로 꼽혔던 모피류가 대중화되면서 희소가치가 줄어든데다 대중화의 부산물로 패션화 경향이 두드러지게되자 「유행을 따르기엔 아직도 고가」라는 제한요인이 있어 모피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 것』이라고 실명했다.
그는『유행에 뒤진 디자인이거나 저급한 모피로 만든 옷은 비록 1백만원대 이하라 하더라도 실질면에서「과소비」가 된다』고 지적하고,「못 입었던 한」을 분위기에 편승하여 풀기 보다는△효용성 △구매 능력 등을 점검해 볼 것을 충고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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