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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 아이 둔 美 여성 학자, 아프간 ‘소녀 로봇팀’ 10명 구했다

중앙일보

입력

앨리슨 르노(가운데)와 아프간 로봇 공학팀 소녀들. 앨리슨 르노 페이스북 캡처

앨리슨 르노(가운데)와 아프간 로봇 공학팀 소녀들. 앨리슨 르노 페이스북 캡처

11명의 자녀를 둔 미국의 한 여성 학자가 아프가니스탄 소녀 10명을 구출해냈다.

19일 미국 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관계학과 우주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앨리슨 르노(60)는 이달 초 아프간 소녀 로봇팀 10명을 구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르노는 비영리 기구 ‘화성 탐사(Explore Mars)’ 이사회에서 일하던 2019년 한 콘퍼런스에서 이들 아프간 소녀들을 만났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들 로봇팀 소녀들은 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의 미래이자 9.11 테러로 인한 미국의 침공 이후 여성 권리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성차별이 심한 이슬람 국가에서 16~18세 소녀들로만 로봇 공학팀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팀을 아시아 30세 이하 30대 과학자 및 발명가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르노는 이달 초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소녀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소녀들을 돕기로 결정하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짐 인호프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인호프 의원은 이미 아프간 내 미국인을 돕는 일이 바빠 르노를 도울 겨를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프간 로봇 공학팀 소녀들. 앨리슨 르노 페이스북 캡처

아프간 로봇 공학팀 소녀들. 앨리슨 르노 페이스북 캡처

로노는 과거 룸메이트가 카타르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는 이후 룸메이트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들을 구출해내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 카타르로 날아갔다.

르노는 카타르에 도착해 수천km 거리에 있는 소녀들의 여권을 모두 모았고 그의 룸메이트는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전력을 다했다.

두 사람의 노력 끝에 아프간 로봇팀 소녀들은 한 차례 비행 취소 후 카불 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카불 공항은 탈레반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로 혼돈 상황이었다.

르노는 “당시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었을 뿐”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그들을 위한 2주간의 노력이 지난 후 모든 감정이 밀려왔다”고 했다.

현재 소녀들은 카타르 도하를 거쳐 현재 미국 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고등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르노의 설명이다. 르노는 페이스북에 “이 소녀들이 정착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르노는 아프간에 남은 25명의 다른 소녀들 역시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르노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고 있으며 2남 9녀의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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