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37㎞ 직구로 다승 2위 ‘백정현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삼성 투수 백정현이 데뷔 15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 평균자책점 1위다. [뉴스1]

삼성 투수 백정현이 데뷔 15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 평균자책점 1위다. [뉴스1]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34)은 신비한 투수다. 힘껏 던져도 빠른 볼 평균구속이 시속 140㎞를 넘지 않는다. 웬만한 투수들의 변화구 구속보다 느리다. 그렇다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팔색조’도 아니다. 언뜻 별다른 장점이 없어 보이는 30대 중반의 베테랑 투수. 그런 그가 올 시즌 KBO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 30대 베테랑 투수 #데뷔 15년 만에 첫 10승 고지 #체인지업 피안타율 0.133 위력 #핀포인트 제구로 대기만성 신화

백정현은 지난 18일 의미 있는 1승을 추가했다. 한화 이글스와 대전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시즌 10승(4패) 고지를 밟았다. 2007년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면서 다승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쓸어 담는 상승세다.

평균자책점도 2.17로 더 좋아졌다. 이 부문 1위다. 6월 이후 등판한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선 19와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는 이제 유력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다. 삼성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은 건 2012년 장원삼이 마지막이다.

백정현은 구속 욕심을 버렸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측정한 올해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6.5㎞다. 지난해보다 시속 2㎞가 줄어 더 느려졌다. 타자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영리한 돌파구를 찾았다. 직구 투구 비율을 49.2%에서 27.2%로 대폭 낮췄다. 슬라이더(25.4%)와 투심패스트볼(21.4%), 체인지업(18.7%)을 고르게 섞어 레퍼토리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직구(49.2%)와 슬라이더(21.7%) 비중이 70%를 넘었는데, 올해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아졌다.

백정현 최근 3년 포심 패스트볼 변화

백정현 최근 3년 포심 패스트볼 변화

특히 체인지업 투구시 피안타율이 0.133에 불과하다. 릴리스 포인트와 팔 스윙이 직구를 던질 때와 비슷해 타자에게 혼선을 준다. 왼손 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오른손 타자에게 효과적이다. 직구처럼 오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다. 백정현은 지난해 3할에 육박했던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을 올해 0.218까지 떨어트렸다.

제구가 뒷받침된 덕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공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백정현은 올 시즌 볼을 남발하다 무너지는 경기가 확연하게 줄었다. 스트라이크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핀포인트 제구가 빛난다. 그는 “그동안 제구에 집중해 훈련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백정현은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부상에 부진이 겹쳐 1년 늦어졌다. 그 아쉬움을 딛고 더 강한 투수로 발돋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