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12월15일께 국민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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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대통령 시정연설 전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13일 "재신임의 방법은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하며 그 시기는 12월 15일 전후가 좋겠다"고 제안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권의 일상화된 부정부패와 그에 대한 도덕 불감증은 수십년의 고질"이라며 "기업의 장부가 나올 때마다 비자금이 나오고 당연히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내 자신이 먼저 몸을 던져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盧대통령은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은 상태에서 재신임을 묻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盧대통령은 국민투표 실시일을 12월 15일로 택일한 것과 관련해 "불신임을 받았을 경우 다음 대통령 선거는 내년 4월 15일 총선과 함께 치르는 것이 국력 낭비와 국정 혼란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그러자면 12월 15일에 재신임 투표를 한 후 두 달 동안 각 당이 대통령 후보를 준비하고 2월 15일께 대통령직을 사임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인 4월 15일 총선과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권 부정부패와 연계한 국민투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도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상당수 헌법학자들도 위헌론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는 "정치권 부정부패와 연계시킨 재신임 국민투표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도술(崔導術)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해 특검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될 경우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진퇴 사항에 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의견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므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더라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했다.

특히 한나라당 崔대표와 민주당 박상천(朴相千)대표는 이날 오후 전격 회동해 15일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 대표와 총무들이 만나 대책을 함께 논의키로 합의하는 등 盧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응한 야권 공조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 朴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국민투표의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盧대통령의 국민투표 제안에 대해 권영성(權寧星) 한림대 석좌교수.김종철(金鍾鐵) 연세대 교수 등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은 헌법의 기본체계에 비춰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盧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재신임을 받았을 경우 12월에 그동안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고 국정 쇄신을 단행할 계획"이라며 "개편된 내각과 청와대의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12월 중순부터는 준비에 착수해야 내년부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崔대표 탄핵 거론키로=한나라당 崔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盧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3일 밤 "崔대표는 연설에서 최도술씨의 비리 의혹에 대해 盧대통령의 책임이 있고, 崔씨 비리에 대한 청와대의 은폐 의혹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이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이상일.박승희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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