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수 '실탄' 급증 … 상승장 전주곡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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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앞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세의 '실탄'이 되는 '매도차익거래 잔고'가 프로그램 매도를 이끄는 '매수차익거래 잔고'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도차익거래 잔고가 매수차익거래 잔고를 웃도는 '차익거래 잔고 역전현상'이 이례적으로 나타나면서 프로그램의 '팔자' 대신 '사자'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7일 현재 매도차익거래 잔고는 2조1022억원인 반면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1조3189억원으로 차액이 7833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달 18일 1조7964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역전 현상은 여전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이런 역전 현상은 모두 8차례 나타났는데, 주가가 예외 없이 급등했다. 1999년 대우사태, 2001년 9.11테러, 2004년 차이나쇼크 등 경제 전반에 짙은 안개가 드리워진 때였다. 일반적으로 매도차익거래(현물매도+선물매수)는 매수차익거래보다 각종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역전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도차익거래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지수하락을 예상하는 세력이 많았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대다수의 시장참여자가가 지수 하락을 점칠 때가 증시의 바닥"이라며 "차익거래 잔고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정점에 달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1년 10월에는 9.11 테러로 국내.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역전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후 주가는 이듬해 4월까지 300포인트 가량 급등, 930선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의 긴축 우려로 역전 현상이 발생했지만 11월 이후 주가는 꾸준히 올라 14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손해용.고란 기자

매도차익거래 잔고=기관들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비싼 현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물을 사들이는 매도차익거래의 누적 잔액. 이후 현.선물간 가격 차이에 따라 다시 매수차익거래(현물매수+선물매도)로 바뀌면서 프로그램 매수세의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향후 프로그램 매물을 쏟아내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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