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진단과 처방 여당·정부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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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건설경기가 지난해보다 형편없다. 관급공사라도 늘려야 한다. 도로공사라도 많이 집행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다."(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건설경기는 순환주기상 위축 국면에 있을 뿐이다. 연말께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급공사는 대부분 도로공사여서 늘려봐야 실익이 없다."(권오규 경제부총리)

여당과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들의 경기 논쟁이 이번엔 건설 쪽으로 튀었다. 침체된 건설경기의 해법에 대해 엇갈린 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강 의장은 건설 쪽에서의 경기 부양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반면 권 부총리는 건설경기의 펀더멘털(기본 상황)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최고의 경제통' 소리를 듣는 두 수장이 각기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릴 만큼 건설경기 해법이 어려운 것일까.

◆얼어붙은 건설경기=상반기 건설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분기 1.2% 성장에 그치더니 2분기에는 마이너스 4%로 주저앉았다.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건설수주액은 4개월(3~6월)째 큰 폭의 감소세다. 그러다 보니 건설현장의 일감까지 줄어 6월 중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5000명의 일자리가 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대형 업체는 버틸 만하지만 중소형 건설회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대구.광주의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부산과 대구는 초기 분양률이 10~20%에 그쳐 분양 6개월이 지나도 빈집이 많다"며 "중소업체들의 부도 위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제 일변도의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라며 "경기 부양에 앞서 규제부터 풀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정 따로 노는 해법=권 부총리도 "상반기 건설투자는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인정한다. 문제는 해법이다. 권 부총리는 상반기 건설투자 부진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인위적 건설경기 부양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2000~2003년 중 아파트.상가 건물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건설경기 순환주기상 위축국면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공공투자가 본격화하면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7일 간부회의에선 "지방 건설업 등 지방경기가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미세 조정 차원에서 보완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반면 강 의장은 "이미 벌여놓은 국책사업이 원래 공기대로 시행되는 게 없이 대부분 지연되고 있어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새롭게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이라는 게 아니라 이미 시작한 사업만이라도 제대로 시행하면 경기 진작 효과가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승욱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부양은 하지 않더라도 경기를 위축시키지는 말아야 한다"며 "건축 인.허가 관련 규제, 개발부담금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풀어 건설경기 위축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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