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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또다시 '조국의 늪'…정경심 유죄에 '검수완박' 불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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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 이어 11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입시비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 이어 11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입시비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지난 11일 ‘징역 4년’ 2심 판결이 여권 내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의에 불을 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2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법은 공약이 아니라 지금 하면 된다”며 “법안 논의는 충분히 이뤄진 상태이고 대선 경선 후보들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발의가 가능하고 연내 통과도 가능하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것이 지지율과 신뢰도를 높이는 첩경”이라고도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YTN라디오에서 “검찰이 주로 문제 삼았던 것이 사모펀드인데, 그것은 모두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검찰이 무언가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엔 “괴로운 시간을 견디시는 조 전 장관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지만, 캠프에선 11일 “검찰개혁 필요성을 절감한다”(박성준 선임대변인), “검찰의 ‘마녀사냥’식 무리한 수사에 책임을 묻고 검찰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박찬대 대변인)는 반응을 내놓았다.

다시 빠져든 ‘조국의 늪’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론을 내걸고 당선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2일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가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조국 사태’에 사죄했다. 송 대표는 또 ‘검수완박’ 논의를 주도했던 당내 검찰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며 사실상 논의를 중단시켰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 법안을 추진하는 건 야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당 지도부의 재선 의원)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7월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선 주자들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해 이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앞다퉈 내놓으면서다.

여당 내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지사의 경우 “검찰의 선택적 검찰권 행사에 더 큰 문제가 있지만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 전 장관 가족도 책임져야 한다”(지난달 2일)며 그동안 ‘조국 랠리’와 한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 내 세불리기 경쟁 와중에 조 전 장관을 옹호하던 ‘검수완박’ 그룹을 영입했다.  검찰개혁특위 수사·기소 분리 TF팀장을 지냈고 현재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을 영입해 캠프 총괄본부장에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조국 문제나 검수완박에 대한 캠프 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추·윤갈등’ 당사자인 추미애 전 장관은 최근 ‘검수완박’을 경선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11일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는 국회의원은 40명, 이낙연 후보를 지원하는 의원은 무려 37명, 정세균 후보 캠프에도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며 “합치면 100여명이 된다. 내일이라도 (검수완박 관련법을) 바로 대표 발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어떠냐”라고 후보들을 몰아붙였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본경선 3차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정세균 후보.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본경선 3차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정세균 후보. 연합뉴스

정 교수의 2심 유죄 판결 이후 강성 지지층의 ‘검수완박’ 요구가 거세지면서, 당내 기류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입법 추진이 보류돼온 검찰개혁특위 차원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등의 입법이 재추진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검수완박 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내년부터는 국민의힘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어렵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한다”며 “이달 중 관련법을 발의하고 대선 주자에게 공개 질의하면서 여론몰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패인인데…조국 지키기 왜?

이같은 분위기가 대선 본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2019년 후반기 불거진 조국 사태에 2년 동안이나 당이 영향을 받는 건 비정상적”이라며 “‘조국 옹호’나 민생과 동떨어진 검찰개혁 이슈는 대선에서 중도층을 끌어들이는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조국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조국’이라는 키워드를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는 의원들이 있다”며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것이 정체성 부정에 가깝기 때문에 유죄판결에도 눈을 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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