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TV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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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년 전 KBS-TV에서 방영한 『동토의 광fks』이란 특집프로를 본 시청자들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우리 방송에서 북한의 TV 화면을 그대로 방영한 것에 놀랐고, 또 하나는 말로만 듣던 북한사회가 그토록 폐쇄되어 있었나 하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프로에는 85년 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다녀 간 사람들이 북한 TV에 출연한 장면이 소개되었다. 그들은 이런 말을 서슴없이 했다.『40년만에 동생을 만나 나는 목이 메어 밥을 못 먹겠는데 그 동안 동생은 얼마나 굶었던지 밥과 찌개를 허겁지겁 퍼 먹드만요.』
모든 언론매체가 그렇듯이 북한의 TV나 라디오는 사실보도나 오락성보다는 이른바「사상 교양」선전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방화와 북방정책의 물결을 타고 KBS와 MBC는 지난봄부터 매주 1회 『남북의 창』과 『통일전망대』라는 프로를 방영, 시청자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록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분단 40년만에 북한의 생활상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손상된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점에서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니다.
동서독의 경우는 지난 70년대부터 서로 상대방의 TV를 시청해 왔다. 특히 동독의 시청자들이 서독 쪽의 TV프로를 보려면 안테나의 방향을 서쪽으로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데도 그것을 탓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베를린 장벽은 비록 오늘 허물어졌지만 동서독 국민들의「의식의 장벽」은 이미 80년대 초부터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엊그제 신문을 보면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남북한 TV, 라디오 시청의 상호개방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제안은 청와대 쪽의 긍정적인 반응도 얻은 모양이다.
방송 전문가들은 남북 TV시청의 상호 교환 내지 통일 방송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방송에서의「이념 동원」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단계로는 상대방 방송을 차단하는 주파교란을 중단하고, 3단계는「통일 시간대」를 편성, 상대방 프로그램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4단계는 인적 교류, 그리고 5단계에 가서는 통일 채널의 확보와 함께 통일방송국의 설치를 들고있다.
남북의 전파가 휴전선을 헐어버리는 날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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