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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로 30분 몰매 맞은 트랜스젠더女 "살기 위해 죽은 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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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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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의 한 길거리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2명이 나체로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인 샤키로와 패트리샤는 지난 8일 오전 1시쯤 카메룬의 경제 수도인 두알라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

당시 괴한들은 택시를 타고 있던 두 사람을 끌어낸 뒤 욕설과 살해 위협을 하며 경찰이 올 때까지 약 30분간 구타를 이어갔다.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되기도 했다.

HRW는 샤키로와 패트리샤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 법원 결정에 따라 이들이 가석방된 지 단 몇 주 만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두 사람은 카메룬에서 유지되고 있는 동성애 금지법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5월 1심에서 최고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항소심을 앞두고 지난달 석방됐다.

샤키로는 "나는 발가벗겨진 채 여러 명한테서 발로 차이고 맞았다"며 "살기 위해선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메론의 트렌스젠더 여성 패트리샤와 샤키로. 로이터=연합뉴스패트리샤와 샤키로.

카메론의 트렌스젠더 여성 패트리샤와 샤키로. 로이터=연합뉴스패트리샤와 샤키로.

두 사람은 남성의 신체를 갖고 있지만 성 정체성은 여성인 트렌스젠더다. 이들은 여성복을 입고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카메룬의 동성애 처벌법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무시한 채 혐오 발언과 폭력을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제게이레즈비언협회(ILGA)에 따르면 지난해 말 유엔 회원국 중 합의된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는 69곳이다. 브루나이, 이란, 모리타니, 나이지리아(북부 12개주),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6개국에서는 동성애 성행위에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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