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대 깨진 날, 문 대통령 “세계적 현상…우린 나은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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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코로나19 환자가 10일 하루 동안 2223명 발생했다. 11일 대전시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환자가 10일 하루 동안 2223명 발생했다. 11일 대전시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것과 관련,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게 돼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모더나 공급 차질 관련 언급 없어 #여당 “송구” 사과, 대선 악재 우려 #야당선 “백신 부족 국정조사해야”

코로나 방역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현상’으로 진단한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한국 백신 접종 현황

한국 백신 접종 현황

문 대통령은 다만 현 상황에 대해선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방역의 주인공인 국민들의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며 “정부도 감염 확산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날도 대량 확보를 자신했던 모더나 백신의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백신 수급 차질 등과 관련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며 사실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코로나 상황이 위태롭다. 집단면역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송영길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승리 주요 요인’을 묻는 말에 “백신 공급 대안, 부동산 공급”을 꼽자마자 ‘일 확진자 2200명 돌파’란 선거 악재를 만난 거다.

의원들 사이에선 벌써 대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백신 접종률을 높여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앞당겨야 하는데 백신 수급부터 꼬이고 있다”며 “이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민생 회복 모두에 실패하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확진자 수 증가 자체보다는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오락가락한 말과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가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며 “대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은 공세를 폈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은 “코로나와 연관된 일련의 사태들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게 결국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 때문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라는 발언을 꼭 해야만 했는지 진정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이 정부는 양치기 소년처럼 계속 국민을 거짓으로 기만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백신 부족의 이유가 뭔지, 누가 잘못해 이 지경이 됐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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