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인정보 해킹된 샤넬…홈피 가본 충성고객들 더 열받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백모(30)씨는 지난 8일 샤넬 고객 정보 유출 기사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샤넬코리아 뷰티(화장품) 홈페이지를 찾았다. 하지만 홈페이지 상단에 작은 글씨로 적힌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공지사항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백씨는 “수많은 고객의 정보가 새어나간 중요한 문제인데도 마지못해 공지를 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였는데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명품 브랜드 샤넬의 화장품을 구매한 일부 국내 고객의 개인정보가 외부 해킹으로 유출된 이후 업체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객들의 이름·전화번호·생일·구매내용 등의 정보가 새어나갔는데도 샤넬코리아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면서다.

개인정보 유출 공지사항이 올라온 샤넬코리아 뷰티 홈페이지. 상단에 작은 글씨를 클릭하면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개인정보 유출 공지사항이 올라온 샤넬코리아 뷰티 홈페이지. 상단에 작은 글씨를 클릭하면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늑장 대응에 보상책 빠진 공지

샤넬코리아는 7일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지를 올렸다. 해킹이 발생하고 이틀이 지난 뒤였다. 샤넬코리아는 공지에서 “일부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6일에 확인했다”며 “해당 고객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메일 또는 문자로 개별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샤넬코리아가 피해 고객에게 개별 발송했다는 문자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와 동일했다. “개인정보 악용이 의심되는 전화나 메일 등 연락을 받았거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담당 부서에 문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샤넬코리아가 7일 개인정보 유출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 독자 제공

샤넬코리아가 7일 개인정보 유출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 독자 제공

대학원생 조모(26)씨는 “고객 정보를 해킹당한 뒤 구체적인 보상 방안이 나와 있지 않아 아쉬웠다”며 “개인정보 유출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가입 고객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잘 나가는 샤넬…‘배짱 장사’ 지적도

고객들의 실망과 불만이 큰 건 이 회사가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밝힌 샤넬코리아의 2020년 매출액은 9296억 원이다. 2019년(1조639억 원)보다 1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34.4%, 31.8% 증가했다. 코로나 불황에도 수차례 3~5%씩 가격을 인상해 ‘샤넬 오픈런’(개장 전 대기하다가 문을 여는 순간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잘 나가는’ 기업이 국내 고객 관리는 허술했다는 지적은 원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샤넬 가방을 구매했다는 한 여성은 “샤넬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오픈런 2~3번은 기본이고 여러 매장을 돌며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라며 “한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고 잘 나가는 브랜드라 ‘배짱 장사’ 한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제품은 그렇게 소중히 다루더니 고객 정보는 우습게 여기는 것이냐”는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명품관을 찾은 고객들이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명품관을 찾은 고객들이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사후 대처 과정도 브랜드 가치 형성”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이 소비자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은 그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사후 대처 과정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형성한다”며 “고객 정보 유출이 자칫 보이스피싱이나 강도 등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투명하고 철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샤넬 IT 전담팀이 외부 전문 사이버보안 기업, 관련 정부 당국 등과 함께 조사 중”이라며 “본 사안으로 인한 다른 시스템의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조정을 위해 투자 및 지원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