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선우·우상혁 한국신기록 세워도…메달 없으면 연금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쿄올림픽은 한국 체육의 다변화 희망을 확인한 대회였다. 수영 경영 황선우와 다이빙 우하람,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가라테 박희준 등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모두 해당 종목에서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다른 종목 메달리스트만큼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체육연금) 제도는 아직 메달리스트와 비 메달리스트 사이 장벽이 높다.

도쿄올림픽 육상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으로 4위에 올라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낸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는 우상혁 [뉴시스]

도쿄올림픽 육상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으로 4위에 올라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낸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는 우상혁 [뉴시스]

1975년 도입된 체육연금은 국제대회 입상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과 생활 보조를 위해 지급하는 재정적 지원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에 명시된 대상 대회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이다. 순위별로 평가 점수를 부여해 합산 20점부터 받을 수 있다. 월정금과 일시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맨 처음엔 선수 19명이 연간 1400만원을 나눠 받았다. 1982년부터 대회별 메달을 점수로 바꿔 합산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1993년엔 월정금에 100만원 상한을 뒀고, 2006년엔 장애인올림픽 등이 대상 대회에 추가됐다. 도쿄올림픽 직전 기준으로 1년에 선수 1400여명이 총 160억원의 연금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림픽은 유일하게 4~6위 선수도 연금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올림픽 4위가 챙길 수 있는 포인트는 8점뿐이다. 동메달(40점)과 차이가 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10점)에 못 미친다. 김권일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정책연구실장은 "올림픽 4~6위 연금 점수가 그리 높지 않은 건 사실이다. 대신 수영·육상·체조 등에서 아시아기록이나 한국기록을 세운 선수는 각 종목 경기단체 포상 규정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수영연맹은 남자 자유형 100m 아시아기록과 200m 한국기록을 경신한 황선우에게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을 세운 우상혁도 대한실업육상연맹으로부터 포상금 2000만원을 받는다. 김권일 실장은 "국제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들에 대한 사후 보상은 평소 한국이 메달을 많이 따지 못하는 종목의 활성화에 중장기적 마중물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신기록 등은 연금 제도에 특별 규정을 만드는 게 좋은 견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김권일 실장은 "연금제도 규정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회 결정에 따라 개선 및 보완이 가능하다. 과거 산악인의 8000m급 14좌 완등 기록 등이 연금 포인트에 포함된 적도 있다. '기초 종목 집중 육성'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조라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충분히 (이사회에)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황선우, 우상혁, 우하람 등은 같은 종목 다른 국내 선수들과 실력 차가 크다. 이후에도 이들의 뒤를 이을 유망주가 계속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권일 실장은 "당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를 위해 규정을 손질한다 해도, 지속해서 좋은 후배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과거 다른 사례처럼) 어느 순간 유명무실한 규정이 될 수 있다. 연금 제도 편입만큼이나 그 이후를 육성할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걸린 병역 대체복무 혜택(예술·체육요원 특기 활용 공익복무)도 같은 선상에서 고려할 수 있는 당근책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인 우상혁은 한국 육상 역사에 새 장을 열고도 내년 9월까지 군복무를 해야 한다. 한국신기록에 연금 점수를 부여했다면, 우상혁의 미래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