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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해, 폭우에 인재 겹쳤다" 구례 등 피해 주민 배상 받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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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지류 문평천 제방이 지난해 무너지면서 범람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영산강 지류 문평천 제방이 지난해 무너지면서 범람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가 지난해 8월 전국 댐 하류 지역서 발생한 수해가 댐 운영·관리, 하천 정비 등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집중호우와 '인재'(人災)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해를 일으킨 것이다.

이번 발표는 역대 가장 긴 장마 기간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인근이 범람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 지 1년 만이다. 정부가 환경분쟁조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이 배상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후 변화로 폭우 느는데 댐 관리 그대로

환경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수해 원인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정부 후속 조치 계획을 공개했다. 이 중 수해 원인은 조사 용역을 진행한 한국수자원학회가 발표했다.

학회는 지난해 섬진강댐 하류 78곳, 용담댐·대청댐 하류 53곳, 합천댐·남강댐 하류 27곳 등 158개 지역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문제점은 댐 관리시 이상 기후에 따른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댐 준공 당시 계획방류량을 그대로 유지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섬진강댐은 총저수량 대비 홍수조절 용량(6.5%)이 전국 평균(17.2%)의 약 40% 수준에 불과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를 고려하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댐 수위 넘겨 물 채우고, 하천 관리도 미흡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댐 하류 수해 원인에 대한 한국수자원학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정부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댐 하류 수해 원인에 대한 한국수자원학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정부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댐 운영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지난해 6월 21일 기준 섬진강 댐 운영 수위는 예년보다 6m 가량 높았다. 다른 댐에서도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겨 물을 채우는 등 홍수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또한 일부 지자체가 하류 지역 주민에게 방류 통보를 늦게 하면서 대응 시간이 부족한 문제도 확인됐다.

댐 아래 흐르는 하천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배덕효 한국수자원학회장은 "하천 정비가 지연되거나 유지·관리가 미흡했던 점이 있어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댐의 구조적 문제, 관리 미흡과 더불어 하천에 대한 투자 부족 등 복합적 원인으로 수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총 피해만 3725억…"분쟁 조정에 적극 협력"

정부는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배상액을 정하는 환경분쟁조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피해 지역 주민들이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있다"면서 "절차가 신속히 이뤄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원 철원군 이길리의 비닐 하우스가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강원 철원군 이길리의 비닐 하우스가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2일 섬진강수해참사피해자 구례군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 1818명에게 1042억원을 배상하라"며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합천군과 청주시도 지난달 환경분쟁조정 신청에 나섰다. 나머지 14개 시·군 지역은 조정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하류의 피해 가구는 8356가구에 달한다. 피해액은 3725억원이다. 이달 수재민들의 환경분쟁조정 신청이 마무리되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상총액 비율 등을 결정하게 된다.

홍 차관은 "지난해에 피해를 본 주요 하천의 임시복구가 홍수기 전 완료됐고, 하천의 전반적인 개선 사업도 진행 중이다"라면서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기상 이변을 고려해 댐 관리 규정과 관련 지침도 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문제점을 개선할 방안을 반영한 추가 대책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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