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지동 추모공원 해결 실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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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부지에 "1기의 화장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던 인근 주민들이 국가중앙의료원이 들어설 경우 부속시설로 소규모 화장장 건립을 받아들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초구 주민들이 화장로 수용 의사를 밝히기는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로 예정된 서울행정법원의 추모공원 설립 적법성 여부에 관한 소송(그린벨트 해제 및 도시계획변경 결정 취소) 선고 공판 결과에 따라 서울시와 주민들과의 협의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국가의료원 건립은 당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 입장 완화=원지동 주민들로 구성된 '청계산 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국가중앙의료원이 국민화합 차원에서 원지동 추모공원 부지로 이전.건립하는 것을 환영하며, 화장장 설립은 병원 부속시설로 적정 규모를 전제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들이 17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병원 부속시설로 적정 규모의 화장로를 허용한다"며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시민운동본부 김덕배(45)사무처장은 "지역 주민들이 토론을 거쳐 국가중앙의료원을 이전할 경우 화장장을 받아들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초구청에는 지역주민대표, 서초구청장, 지역 국회의원, 시.구의원, 직능단체 대표 등 관계자 1백20여명이 참석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운동본부는 또 ▶국가중앙의료원의 이전을 위해 묘지공원인 추모공원 부지를 의료시설로 도시계획을 변경해줄 것▶국가중앙의료원 이전.건립 및 종합병원내 부속시설로 화장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줄 것▶ 2009년 준공될 예정인 청계산 관통 신분당선을 지하화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시민운동본부는 ▶화장로 규모는 권역별 적정 수요를 감안해 소규모로 설치해야 하고▶화장장 관련 소송은 대다수 서초구민들의 뜻이 아니므로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방태원 노인복지과장은 "주민들의 뜻을 전적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대화를 통해 화장로 규모와 설치 시기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해결 과제= 주민들이 병원 설립을 전제로 화장로 설립을 받아들이겠다고 했기 때문에 병원 설립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서울시가 추모공원 부지인 그린벨트(5만평)에 국가의료원을 유치하고 병원 부속시설로 화장로를 만들려면 건교부.복지부 등과의 협의와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그린벨트에 병원을 설치할 경우 당초 취지에 어긋나므로 허용할 수 없고 의료시설로 용도 변경해 줄 계획도 없다"며 "지금까지 복지부나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 반론보도문

본지 10월 14일자 12면 '원지동 주민들 화장장 수용-추모공원 해결 실마리' 기사와 관련해 화장터 반대 주민대책위(위원장 배기봉)는 "원지동 주민들이 국가중앙의료원이 함께 들어서는 것을 조건으로 추모공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원지동 주민들의 전체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니며 원지동 주민들은 그 같은 결정을 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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