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겸 시민운동가였던 다나카는 2000년 무소속으로 지사 선거에 나와 당선했다. 관료 출신이 대대로 지사 자리를 이어받던 40년 아성을 깨뜨린 것이었다.
취임 초기 다나카는 '탈(脫) 댐 선언'으로 대표되는 개혁정책으로 전국적 지지를 받았다. 예산 낭비와 공무원.의회.업체 간 유착의 온상이란 비판을 받아온 댐 건설을 공사 중임에도 과감히 중단시킨 것이다. 관.언 유착을 끊겠다며 현청 출입기자제를 폐지하는 대신 투명행정을 펴겠다며 집무실을 유리창으로 들여다보이게 개조한 것도 참신하다는 평을 받았다. 자민당이 다수인 현 의회는 개혁에 반발, 2002년 불신임안을 통과시키자 유권자들은 재선거에서 그 전보다 더 많은 표를 몰아주었다.
하지만 독선적으로 개혁을 밀어붙이는 사이 지지자들은 점점 멀어져 갔다. 개혁에 동반되는 주민들의 고통을 다독거리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학생 수 감소에 맞춰 현립 고교를 줄이겠다는 정책으로 벽지 주민의 반발을 산 것이나 현청의 각종 외곽단체 54개를 없애 예산을 절감하자는 정책으로 일자리를 위협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주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정책임에도 기초지자체와의 사전 협의를 소홀히 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지사와 의회 간의 대립으로 지난 4년이 지나갔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6일 실시된 선거에서 다나카는 무소속 무라이 진(村井仁) 후보에게 패했다. 그가 얻은 표는 4년 전에 비해 60%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일을 해도 방법이 나쁘면 반대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찬반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니냐." 다나카에게 반기를 든 한 기초 지자체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패인 분석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