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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민청학련·김재규 변론한 인권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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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민청학련 사건 등을 변호한 1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 전 의원이 31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민청학련 사건 등을 변호한 1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 전 의원이 31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박정희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 등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한 1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85세.

강신옥 전 의원 #“애국학생 사형 구형은 사법살인” #법정모욕죄 체포돼 징역도 살아 #민변 전신 정법회 세워 인권변론 #2002 대선 때 정몽준 캠프도 참여

강 전 의원은 1936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재학 중 고등고시 행정과(10회)·사법과(11회)에 합격해 1962년부터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1년 남짓한 기간 판사로 지낸 그는 법복을 벗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196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인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맡았다.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에서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 등 관련자들 결심 공판 때 “애국 학생들을 국보법 등으로 걸어 빨갱이로 몰아 사형을 구형하고 있으니 이는 사법살인 행위다. 악법에는 저항할 수 있다”는 변론을 펼친 일은 인권변호사 강 전 의원을 말해주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이 일로 강 전 의원은 법정모욕죄 등 혐의로 체포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듬해 대통령의 특별조치로 석방됐다.

강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아 사형 직전까지 독대한 인물이기도 하다.

1986년에는 조영래·이상수 등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전신 격인 정법회를 만들어 인권변론 활동을 이어가다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통일민주당에 영입돼 정계에 진출했다. 13대 총선 때 서울 마포을에서 당선됐고,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창당기획단장’을 맡았다가 이듬해 정계에서 은퇴했다.

유족으로는 강한승(쿠팡 대표이사)·동승(연세힐 피부과 원장)·정은씨 등 2남 1녀와 사위 홍윤오(대한전문건설신문 주간)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이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10분, 장지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시안 가족 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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