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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시냇물은 졸졸졸졸’ 만든 동요 작곡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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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재훈

박재훈

‘산골짝에 다람쥐’(제목 다람쥐) ‘시냇물은 졸졸졸졸’(제목 여름냇가) ‘펄펄 눈이 옵니다’(제목 눈) ‘어머님 은혜’ 등 귀에 익은 국민 동요를 만든 박재훈(사진) 원로 목사가 2일(현지시간) 캐나다 미시사가 트릴리움 병원에서 별세했다. 99세.

박재훈 목사

캐나다 한국일보는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 목사였던 고인이 암 투병 중 병세가 악화해 지난달 29일 입원했고, 나흘 만인 2일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고인은 1922년 강원도에서 태어나 평양 요한학교, 도쿄 제국고등음악학교에서 수학했고, 미국 웨스트민스터대에서 교회음악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주 아주사 퍼시픽대학에서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땄다. 2011년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인은 평생 동요와 찬송가, 성가곡 1500여곡을 작곡했다.

광복 당시 평안남도 강서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던 고인은 일본군 군가 말곤 부를 노래가 없던 아이들을 위해 동시에 곡을 붙여 동요를 만들었다. 한국인이 쓴 찬송가가 거의 없음을 알고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지금까지 지내온 것’ 등을 작곡해 ‘교회음악의 대부’로 불렸고, 한국교회 제1호 지휘자로도 활약했다.

한양대 음대 교수로 있던 1972년 국내 최초 창작 종교오페라 ‘에스더’를 선보였다. 이듬해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1979년 캐나다로 건너간 그는 60세에 목사 안수를 받고 토론토 큰빛장로교회를 개척했다.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 ‘손양원’을 2012년 서울에서 초연해 누적 10만 관객 이상을 기록하며 2013년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페라 ‘유관순’에 이어 3·1운동을 주제로 40년에 걸쳐 만든 ‘함성 1919’는 3·1절 100주년을 맞은 2019년 KBS홀에서 공연됐다.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최근까지 독립운동사를 오페라로 만들다 세상을 떠났다. 유족 측은 큰빛교회와 장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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