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아파트 분양가 고삐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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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달 말 경기도 수원시에서 분양된 S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5백80만원이었다. 회사는 당초 평당 6백5만원에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수원시가 "평당 6백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묵시적 압력을 가해 이를 받아들였다.

아파트 값과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분양가를 구체적이고도 강하게 규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종전에는 "너무 비싸니 조금 내려라"는 권고 수준이었으나 요즘에는 "얼마 이상은 안 된다"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고 있다.

사업승인과 분양승인을 받아야 하는 업체로서는 이들의 '압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세청에 통보되는 경우도 잦다.

지난 7일부터 실시된 서울 9차 동시분양에 나온 10개 단지 중 5개 단지가 구청 측의 분양가 인하권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국세청에 통보됐다. 이 중 3개 단지는 분양가를 평가하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측에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다고 지적한 곳들이었다. 서울 노원구청 관계자는 "분양가는 주변 시세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지만 대지비 등 원가 내역이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보여 인하 권고를 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은 지난달 8차 동시분양 때 내발산동 월드메르디앙에 대해 "분양가를 낮추라"는 요청에 그치지 않고 31평형이 3억원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 금액을 제시했다. 쌍용건설이 지난 7월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분양한 아파트도 해당 구청이 평당 1천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요청해 9백만원 후반대에 나왔다.

6천여가구의 교하지구 분양이 임박한 경기도 파주시는 업체들의 분양가 책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8월 교하지구 인근 금촌지구의 풍림아이원 평당 분양가를 당초 업체가 예정한 6백30만원선에서 10만~20만원 낮췄다. 파주시 관계자는 "업체에서 교하지구 분양가를 평당 7백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정도면 정식으로 분양가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인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도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업체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통보할 방침이다. 도는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에 대해 시.군에서 인하 권고를 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통보한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 억제에 나섰다"며 "분양가 평가기구를 둘지 검토 중이며 조만간 시.군에 공문을 보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청약경쟁이 치열한 지방 지자체도 분양가 규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달 초 분양된 태왕아너스클럽 아파트부터 분양가 인하 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다.

평당 1천만원대를 제시한 유림노르웨이숲 단지는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두 차례 분양승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시지동에 분양된 대우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44평형의 평당 분양가를 38평형 수준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업체들이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함으로써 기존 아파트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며 "지역 주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나친 분양가 상승을 규제키로 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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