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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달라고 애걸했는데"…인도 정부 '모르쇠'에 시민들 분노

중앙일보

입력

인도 보건 담당자가 코로나19 피해 상황에 대한 국회 보고에서 “산소 결핍으로 인한 사망자는 특별히 보고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인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산소 부족 사태에 "보고 없었다" 모르쇠 #산소통 구하려 뛰어다녔던 국민들 분노 #전문가들 "통계 숨기는 인도 정부 우려돼"

앞서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현황과 관련해 여러 차례 불리한 정보를 통제하려 해 많은 방역 전문가들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 수도 최대 10배 이상 축소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지난달 1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가 그의 이미지를 짓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가 그의 이미지를 짓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바라티 파와르 연방정부 보건 담당 부장관은 지난 20일 인도 상원의회 서면 답변에서 “지난 4~5월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인해 인도의 길 위와 병원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산소 부족에 의한 환자 사망 사례는 주(州) 정부에 의해 특별히 보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앙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주 정부에 의료용 산소를 제공하는 등 일련의 조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9일 병상을 구하지 못해 차량에서 치료받는 인도 코로나19 확진자. [AFP=연합뉴스]

지난 4월 29일 병상을 구하지 못해 차량에서 치료받는 인도 코로나19 확진자. [AFP=연합뉴스]

주 정부에서 관련 사망자를 보고하지 않아 연방 정부도 이를 토대로 통계를 냈다는 설명이지만, 현실과 괴리된 인도 정부의 답변에 국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 4~5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맞은 인도에는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만 명대를 기록하며 한때 ‘생지옥’이라고 불렸다. 당시 의료 체계가 붕괴하며 의료용 산소와 침상을 구하지 못한 사망자가 속출했다. 특히 코로나19 중환자들의 경우 저산소혈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의료용 산소가 암시장에서 10배 이상 값이 뛰는 등 품귀 현상이 심각했다.

이에 델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고탐 싱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내 병원 직원 중 절반은 매일 산소통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며 “우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산소를 달라고 애걸하고 빌어야 했다”고 말했다. 인도 주재 BBC 기자인 비카스 판데이도 트위터에 “내 조카가 산소를 구하지 못해 죽었다. 아직 내 휴대전화에는 산소를 구한다는 비참한 메시지들이 남아있다”고 적었다.

사티엔다르 자인 델리 주정부 보건부 장관도 “조금 있으면 코로나19 유행도 없었다고 할 판”이라며 “중앙 정부가 희생자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26일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한 화장장 옆에서 유족이 괴로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4월 26일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한 화장장 옆에서 유족이 괴로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인도 정부는 지난 4월 “숨이 끊어지려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산소통을 급하게 찾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한 남성을 기소하는 등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인도 정부의 설명은 산소가 부족하다는 '공포 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의도가 있는 루머'를 퍼뜨린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BBC는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상황과 관련한 통계 자료에서도 실제와 큰 격차로 비난을 받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심각하게(severely) 과소보고 됐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오전 기준 인도에선 36만960명의 신규 확진자가 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오전 기준 인도에선 36만960명의 신규 확진자가 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집계된 것보다 10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자체 분석모델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지난달까지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40만~470만 명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도 정부가 발표한 약 41만4000명보다 10배 정도 많은 수치다.

한편,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어 최근 4만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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