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에도 버티는 인도 모디, 그 뒤엔 맹목 지지 '대깨모'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16:47

업데이트 2021.06.23 17:36

지난 1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가 그의 이미지를 짓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가 그의 이미지를 짓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후의 순간에 웃는 자는 모디 총리일 가능성이 크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발간한 최신호에서 인도 나렌드라 모디(71) 총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한 뒤 최대 위기에 몰려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인도가 ‘생지옥’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구글 데이터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 숫자는 3000만이 넘는다. 이코노미스트는 “공식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합리적 계산에 의하면 최소 200만명이 사망했을 것이며, 이는 인도를 강타했던 1943년 대기근 이후 첫 대량 사망 사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가 당장 권좌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왜일까. 과거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의 권위지의 분석은 이랬다. “모디 총리의 입지는 땅에 떨어졌지만 그의 맹목적 지지자들의 눈엔 총리의 의사 결정 실패가 보이지 않는다.”

인도 야권은 코로나19 확산 등을 계기로 모디 총리의 초상화를 짓밟는 식의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모디 총리 본인은 여유를 부리는 중이다. 확진자 숫자가 최악 국면을 지나면서 22일 수도 뉴델리의 확진자 숫자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자 “인도여, 잘했다!”라는 트윗까지 올렸다. 하루 전인 21일엔 ‘세계 요가의 날’을 기념한 영상 메시지를 내며 ‘나마스떼’라고 인사하고 미소까지 지었다. 모디 총리 본인이 요가 매니어로, 이날을 지정한 것도 모디 총리 본인이 유엔에 건의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자국민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요가를 권장하는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인도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신이 주창해 지정된 '세계 요가의 날' 기념 영상메시지 속의 모디 총리. AFP=연합뉴스

자신이 주창해 지정된 '세계 요가의 날' 기념 영상메시지 속의 모디 총리. AFP=연합뉴스

모디 총리의 실책은 비단 코로나19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부터 외교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팬데믹 이전부터 인도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있었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과 빈곤층 숫자는 증가일로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는데, 억만장자 가우탐 아다니의 경우 지난해에만 430억 달러(약 48조원) 늘었다고 한다. 산소통 하나 구하지 못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빈민층 현실과는 극과 극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표만 봐도 모디 총리가 지난 7년간 펼친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지난주로 1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유혈 국경분쟁 역시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상태다. 해당 지역은 중국의 영향권에 놓여있어 역시 모디 총리의 패배인 게 현실이다.

시신을 어찌할 바 모르는 인도 코로나19 사망자의 가족들. EPA =연합뉴스

시신을 어찌할 바 모르는 인도 코로나19 사망자의 가족들. EPA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운의 여신은 모디 총리의 편이다. 모디 총리의 가장 큰 복은 야당 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야권이 지리멸렬하게 분열한 상황”이라며 “취약한 야권은 모디 총리가 쥔 최고의 조커 카드”라고 전했다. 여기에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지지율은 높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지지율 여론조사는 그리 신뢰도가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참고를 한다면 모디 총리와 BJP를 지지하는 비율이 6월 초 기준 66%를 넘는다”며 “여권이 야권을 향해 조롱하는 내용의 트윗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 역시 (견고한) 지지층 덕”이라고 풀이했다.

모디 총리는 하층 카스트 출신으로 10대 시절 버스 정류장에서 차(茶)를 팔며 생계를 잇다가 정계에 진출했다. 자수성가의 표본이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2019년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정치적 격동성이 한국못지 않은 인도에서 연임에 성공한 총리는 그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그가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야권의 붕괴와 그 특유의 고집, 맹목적 지지자의 3박자가 그대로 이어지면 그가 중도에 하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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