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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능선 넘은 ‘구글 갑질방지법’…실효성 논란은 여전

중앙일보

입력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뉴스1]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뉴스1]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의 문턱을 넘었다. 국내 정보기술(IT)ㆍ콘텐트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세계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결제 방식을 법으로 규제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구글의 ‘인앱(In App) 결제’ 도입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인앱 결제는 소비자가 유료 앱이나 콘텐트 이용료를 결제할 때 구글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만 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과방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당은 이달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야 간 추경 처리 이견으로 법사위 일정이 늦춰질 경우 법안 처리는 다음 달로 미뤄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이라며 법안 심사를 거부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구글의 앱마켓 '구글플레이'

구글의 앱마켓 '구글플레이'

지난해 구글은 그동안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 결제 강제를 확대하고, 수수료를 3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오는 10월부터 모든 콘텐트와 앱에 적용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법 개정 움직임과 IT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내년 3월 31일까지 인앱 결제 적용 연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개발사에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개발사가 연기 신청을 할 경우 구글이 검토를 거쳐 시기를 늦춰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IT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구글이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며 “시행 시기가 아니라 강제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구글·애플, 자사 결제 시스템 강제 못 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앱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앱 마켓 사업자는 대금을 결제할 때 자사 결제 수단을 강요할 수 없게 된다.

국내 IT 업계와 창작자 단체는 환영 논평을 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번 개정안은 국내 스타트업과 콘텐트 산업의 미래에 큰 위협 요인을 해소한 것”이라며 “나아가 스타트업이 성장해도 결국 앱 마켓 사업자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했다.

반면 애플은 입장문을 내고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사기의 위험에 노출되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가능성이 작지만 최악의 경우 구글이나 애플이 ‘앱 마켓 철수’ 카드까지 꺼내 들 수도 있다. 또 사실상 구글의 결제수단을 대체할 다른 방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단 독점을 막았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며 “현재로써는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 세계에서 앱 마켓 결제 방식을 규제하는 첫 국가가 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제수단 정책에서 한국만 예외로 할 경우 ‘안방’인 미국과 다른 국가가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개정안 통과 직후 공동 성명을 통해 “이 법은 여러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민주당은 강행·일방 처리라는 나쁜 관행을 재현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쟁점으로 꼽혔던 ‘콘텐트 동등접근권’은 법안에서 제외됐다. 콘텐트 동등접근권은 앱 개발사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뿐 아니라 국내 모든 앱 마켓에 동등하게 앱을 유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SK텔레콤과 네이버가 대주주인 ‘원스토어’의 점유율을 높이는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최종 법안에서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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