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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오프라인서도 혐오 표현 증가, 범죄 가능성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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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열린 여성 살해 반대 시위 모습. 뉴스1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열린 여성 살해 반대 시위 모습. 뉴스1

방역, 경제 회복, 국민통합….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신종 감염병의 팬더믹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혐오도 그 중 하나다. 많은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서구의 아시아인 인종차별과 묻지마 범죄는 진행형이다. 한국의 혐오 갈등도 갈수록 악화할 뿐,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혐오가 또 다른 혐오로 옮아가기도 한다. 혐오표현은 더 독하고, 강해지고 있다.

<‘혐오 팬더믹’ 한국을 삼키다> 1회 #전문가들의 혐오표현 진단과 조언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야기한 새로운 혐오 양상에 우려를 표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온라인은 익명 혐오표현이 많고 사회적 위험으로 등장하려면 몇 단계 더 필요하다. 하지만 오프라인서 점차 혐오표현을 많이 쓴다는 건 윤리의식이 더 떨어졌다는 의미이고, 혐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자신을 정당화하는 혐오가 늘고 있다. '내 불만이 정당하고, 저들은 확실한 책임이 있다. 저들을 우리 안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는 식이다"라고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혐오표현이 완전히 사라지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뻔한 이야기'라면서도 교육 같은 장기적 대안으로 잘못된 선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혐오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은 '여론 주도층' 미디어·정치권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 나치 시대 인종 청소에 대한 반감으로 학교 교육이 철저히 이뤄지는 독일이 대표적이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나 혐오를 대놓고 한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길게 보고 혐오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혐오가 나쁘고 큰 피해를 남긴다는 걸 분명히 인지시키는 한편, 혐오가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이 아니란 것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혐오를 이용하자는 유혹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혐오 팬더믹’ 한국을 삼키다> 1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1차 목요행동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1차 목요행동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지난해부터 대안으로 떠오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 겸임교수는 "현재 방송 심의나 시위 현장 발언 등에 대해 혐오의 책임을 지우는 법령이 없다"면서 "차별금지법은 자유주의 사회의 하한선에 가깝다고 본다. 여야가 이 문제에 공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사자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법이 효과가 있는데, 지금 나타나는 혐오는 감정적 판단이자 일종의 경향성이다. 차별금지법으로 모든 혐오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은 우울(블루)과 분노(레드)를 동시에 가져왔다. 특히 두드러진 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이다. 서구에선 아시아인 등에 대한 증오범죄와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이 이어진다. 국내서도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혐오 정서가 난무한다. 여혐ㆍ남혐 논란, 중국동포(조선족)와 성소수자 비난 등이 대표적이다.
'성별, 장애, 출신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고 멸시ㆍ모욕ㆍ위협을 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혐오표현의 정의(2019년 인권위 보고서 참조)다. 이러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분출하는 모양새다. 혐오는 때론 내 이웃을 향하고, 종종 나 자신을 겨누기도 한다. 팬더믹 1년 반,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이 우리 안의 혐오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를 살펴봤다. 혐오표현이 근거로 삼는 명제들이 맞는지도 '팩트체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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