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도쿄올림픽 티켓···4500만원 쓴 '슈퍼팬'의 비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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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부동산 사업가 타키시마 카즈노리(45)는 요즘 아쉬움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제 (도쿄올림픽 경기를 보려고 샀던) 티켓을 볼 때마다 운다”는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CNN은 18일 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모두 찾아다닌 타키시마 카즈노리(45).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티켓 197장을 4500만원 어치 샀지만, 무관중 경기가 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 CNN 캡처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모두 찾아다닌 타키시마 카즈노리(45).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티켓 197장을 4500만원 어치 샀지만, 무관중 경기가 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 CNN 캡처

타키시마는 지난 15년간 올림픽 경기를 보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 ‘올림픽 슈퍼팬’이다.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려온 그는 올림픽 티켓을 무려 197장 구매했다. 4500만원 어치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어 정말 어렵게 티켓을 샀다”고 했다. 현실이 됐다면 올림픽 관람 기네스 기록을 세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그 티켓은 모두 환불받아야 한다.

타키시마의 올림픽 사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애 처음으로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관람하고 즉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티켓을 샀다. 그때까지만 해도 올림픽 경기엔 큰 기대가 없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아라카와 시즈카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너무 감격해 그 이후로 계속 올림픽 경기장을 찾게 됐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모두 찾아다닌 타키시마 카즈노리(45).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티켓 197장을 4500만원 어치 샀지만, 무관중 경기가 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 CNN 캡처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모두 찾아다닌 타키시마 카즈노리(45).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티켓 197장을 4500만원 어치 샀지만, 무관중 경기가 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 CNN 캡처

그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나 아쉬움의 눈물을 볼 때마다 더 열심히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용기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무관중 경기로 응원을 받지 못해 가장 힘든 사람은 선수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TV 앞에서라도 선수들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올림픽 응원은 계속”

일본 정부가 무관중 올림픽을 결단한 건 자국 내 심상치 않게 퍼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이다. 최근 도쿄에서만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타키시마는 여전히 수백만 도쿄 시민이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만큼 코로나19가 확산할 위험은 낮다고 주장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모두 찾아다닌 타키시마 카즈노리(45).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티켓 197장을 4500만원 어치 샀지만, 무관중 경기가 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 CNN 캡처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모두 찾아다닌 타키시마 카즈노리(45). 고향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다리며 티켓 197장을 4500만원 어치 샀지만, 무관중 경기가 되면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 CNN 캡처

그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무관중 결정은 과학보다 감정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서다. 그는 “유럽 국가들의 축구 경기(유로2020) 개최는 옳은 결정이었다”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정말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ㆍ영국 정부보다 정치적 결정이 느리고 위험을 감수할 력이 없다”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올림픽 슈퍼팬’을 자처한다. 타키시마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올림픽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볼 수 있는) 모든 경기를 다 볼 계획”이라며 “결국엔 (올림픽 관람 기네스)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죽는 날까지 올림픽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는 일은 계속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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