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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로 장 섰다"…유화업체, 'NB라텍스' 1위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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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금호석유화학 연구원이 NB라텍스로 만든 장갑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연구원이 NB라텍스로 만든 장갑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NB라텍스)가 석유화학업계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의료용 니트릴 장갑 수요가 늘자 원료인 NB라텍스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기 때문이다. NB라텍스를 생산하는 국내 화학업체들은 코로나 특수를 잡기위해 생산설비 증설 등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 연간 생산량 100만톤 목표 

LG화학 NB라텍스. [사진 LG화학]

LG화학 NB라텍스. [사진 LG화학]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국에 NB라텍스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LG화학은 연간 생산량을 100만톤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증설에 나섰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닝보에 위치한 용싱법인에 10만톤 규모의 NB라텍스 공장을 신설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니트릴 장갑 수요를 겨냥해 내년 상반기까지 11만톤 규모 생산설비를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

현재 17만톤 규모의 여수공장 NB라텍스 생산설비는 28만톤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만톤 규모 증설 공사에 돌입했으며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상업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남부 펭게랑 지역에는 24만톤 규모의 NB라텍스 공장을 건설 중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페트로나스 케미칼그룹(PCG)과 만든 NBL 합작법인을 통해서다. LG화학은 합작법인의 지분 51%를 확보했으며 2023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세계 1위’ 금호석화 142만톤까지 확대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야경.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야경.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도 지난달 2560억원 규모의 NB라텍스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NB라텍스 24만톤을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짓기 위해서다. 금호석화는 전 세계 NB라텍스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현재 64만톤 규모의 NB라텍스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 완공을 목표로 7만톤 규모 생산시설을 짓는 중이다. 증설 계획이 모두 완료될 경우 2023년에는 총 95만톤의 NB라텍스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금호석화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속식 생산공정을 보유해 기술적으로도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인 배치식 방식보다 원가경쟁력이 우수하고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인장강도를 높이는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47만톤 규모 증설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 경우 총 142만톤의 NB라텍스 공장을 확보하게 돼 생산능력 세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증설 경쟁에 과잉 생산 우려도 

전 세계 니트릴 장갑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 세계 니트릴 장갑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톤당 1000달러에 못미쳤던 NB라텍스 가격은 올들어 1950달러까지 올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백신접종이 본격화하며 NB라텍스로 만드는 니트릴 장갑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고무장갑제조연합회에 따르면 세계 니트릴 장갑 시장은 연평균 19% 이상 성장해 2024년에는 약 12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 기대 각국 업체가 잇따라 증설을 결정하며 과잉생산의 우려도 나온다. NB라텍스 시장은 금호석화, LG화학, 말레이시아 신토머, 대만 난텍스 등 상위 4개 업체의 점유율이 80%에 이르는데 이들 업체 모두 공격적인 생산계획을 세우고 있어서다. 20만톤 규모에 머물렀던 중국 NB라텍스 생산업체들도 올해까지 76만톤 규모로 덩치를 키울 전망이다.

김현태 BNK연구원은“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생·의료용품 수요를 감안해도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니트릴 장갑을 쓰지 않았던 신흥국에서도 수요와 용도가 크게 늘고 있다”며 “내년까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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