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만 팔아선 못 살아, 정유업계 이젠 기름 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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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잔사유)을 재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 시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잔사유)을 재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사진 에쓰오일]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쪽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기며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화석연료의 퇴조와 ‘탈(脫)탄소’ 트렌드에 맞춰 석유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포석이다.

탈탄소 기조 맞춰 화학사 겸업
고부가 석유화학 원료 추출 확대
에쓰오일, 7조원 투입 재처리공장
GS칼텍스·현대오일, 에틸렌 시설
“30년내 재생에너지가 석유 대체”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석유제품과 부산물로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5조원을 들여 울산공장에 정유·석유화학 복합 시설을 건설했다. 이 설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을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뽑아내고 이를 활용해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7조원을 추가 투입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2차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에쓰오일이 생산하는 제품 중 석유화학 물량의 비중은 약 12%인데 2030년에는 이 비중을 25%로 늘릴 방침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에틸렌 생산에 본격 뛰어든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짓고 있다.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은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연내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생산에 나선다. 오는 8월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이 완공되면 연말부터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시설을 통해 현대케미칼은 연간 폴리에틸렌 85만t, 폴리프로필렌 50만t을 생산하게 된다.

정유사들의 이러한 행보는 세계 각국의 ‘탈(脫)탄소’ 기조 때문이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은 물론 한국도 2050년까지 실질 탄소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맞물려 내연기관 차량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에너지 사용 중단 계획을 발표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가 대중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면 정유제품 판매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가 주력 사업 전환과 함께 탄소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가 석탄을 대체했듯이 30년 내 재생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며 “변화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정유업계가 적극적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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