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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숨졌는데 독기 품었다며…" 김재련이 저격한 한 의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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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 뉴스1

김재련 변호사는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후 1년이 지났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는 고소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어쩌면 지난밤도 한숨도 자지 못했을 그녀를 생각하며 전화를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는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울다가 전화 받았냐고 묻자 ‘아니에요, 괜찮아요’를 연발하며 나를 안심시키는 그녀”라며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잠이 안 와도 자야 한다고…허공에 사라질 연기 같은 말들을 전화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했다.

또 “오늘 아침엔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그 사건 아직도 안 끝난 거예요’라고 한 말씀 하셨다”며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하니 이모님은 ‘가해자는 나랏돈으로 성대하게 장례식까지 치러주면서 피해자는 왜 나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요,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 같아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맞다, 대한민국 참 이상한 나라다. 나라만 이상한 게 아니고 사람들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은 인권,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야, 진보, 보수의 입장이 달라질 이유도, 성폭력 이슈에 정치의 잣대를 가져다 댈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 성폭력 관련 주요 사건을 보면 진영 논리에 따라 피해자가 영웅이 되기도 하고 살인녀로 매도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원순 사건을 대리하면서 성폭력 이슈의 정치화에 맞서야 할 사람들의 비겁한 침묵을 목도했다”며 “여성계 원로들 단톡방에서 김재련 변호사를 비방하는 글이나 그림이 공유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정치적 지향은 없지만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인권에 관한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는 동지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 국회의원’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그는 “그 국회의원은 여성활동가를 만나 ‘박원순이 사망한 것은 잘못을 인정한 것인데, 김재련 변호사가 독기를 품고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잘못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그분 또한 성폭력 이슈로 활동하시다가 국회의원이 된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인식이 그러하다고 한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불거진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언급하며 “여가부 무용의 주장에 기름을 부은 여성계 인사들이 있다. 그들의 권력화가 결국 여가부 폐지 논의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나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며 “성폭력 이슈에 씌워진 정치적 진영의 장막을 걷어치워라. 당신들의 지금 모습이 부끄럽다고 여겨진다면 지금이라도 그 지긋한 장막을 걷어치우는 일에 앞장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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