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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생일 공개적 축하…시진핑에 한방 날린 모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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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생일을 축하했다. 국경선 문제로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인도와 중국 간에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4년 모디 취임 후 대화 공개는 처음 #국경 분쟁 겪은 중국 겨냥 대놓고 자극

중국 측이 공개한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간 국경충돌 장면. [CCTV=연합뉴스]

중국 측이 공개한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간 국경충돌 장면. [CCTV=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모디 총리가 중국과 분쟁을 겪는 속에서도 달라이 라마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86세 생일을 축하했다”며 “이는 이례적 행보”라고 전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달라이 라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가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인도 북부에 티베트 망명 정부를 세우고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다.

그간 모디 정부는 2019년까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티베트 망명 정부와는 거리를 뒀다. 앞서 티베트 망명 정부가 2018년 망명 60주년 사전 기념행사를 대규모로 진행하려고 했을 때도 인도 정부는 난감해 했다.

그런데 이번엔 모디 총리가 달라이 라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고, 또 축하 사실을 공개했다. 모디 총리가 중국에 '한 방'을 먹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AP통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취임 후 달라이 라마와 대화한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스리칸트 콘다팔리 인도 자와할랄네루대의 중국학 교수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까지는 정당의 인사들조차 (달라이 라마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0월 인도 고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이 악수를 마친 뒤 엊갈려 지나고 있다. 최근 카슈미르 중·인 국경 지대에서 양국 군대의 충돌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10월 인도 고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이 악수를 마친 뒤 엊갈려 지나고 있다. 최근 카슈미르 중·인 국경 지대에서 양국 군대의 충돌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5월 판공호 난투극, 한 달 후인 6월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진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 인도와 중국 간의 국경 충돌은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겨울철 추위 등으로 소강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인도 현지의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날씨가 풀리며 중국 정부가 올해 1만5000명 수준이던 주둔 병력을 5만명으로 늘렸고, 이에 따라 인도군도 5만명의 병력을 급파했다”고 보도했다.

모디 총리의 이례적 행보에 인도 현지 언론들도 “이번 통화 공개는 중국의 강한 반발은 물론 접경 지역에서의 양측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거행된 인도군 병사 텐진니마의 장례식. 중국과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티베트 망명자의 후예다. 그의 관이 인도 국기와 티베트 망명정부 깃발인 설산사자기로 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거행된 인도군 병사 텐진니마의 장례식. 중국과의 국경 충돌 과정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티베트 망명자의 후예다. 그의 관이 인도 국기와 티베트 망명정부 깃발인 설산사자기로 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를 ‘조국 분열 활동가’로 규정하며 그에 대한 언급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지난 1959년 중국 정부는 티베트 지역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끝내고 직접 통치를 시작했지만, 오랜 기간 제정일치(종교와 정치적 권력이 분립되지 않음)의 전통을 지닌 티베트인들에겐 달라이 라마가 여전히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1959년 3월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에 대항해 2만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무장시위를 일으켰다 진압됐다. 이후 달라이 라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

티베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86회 생일을 맞아 6일(현지시간)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티베트 정부 관리들이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 기념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AP=뉴시스]

티베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86회 생일을 맞아 6일(현지시간)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티베트 정부 관리들이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 기념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AP=뉴시스]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며, 죽지 않고 환생할 후계자의 몸을 찾아 끝없이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현 14대 달라이 라마는 앞서 “90세가 되면 환생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외신기자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선정에 반드시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86세를 맞은 달라이 라마가 후계자를 선정하며 중국의 승인을 순순히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편, 생일을 맞은 달라이 라마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내게 사랑과 존경, 신뢰를 보여준 모든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생을 다할 때까지 다른 이를 연민하는 일과 비폭력에 헌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인도 정부에 “난민이 된 뒤 인도에 정착해 인도의 자유와 종교화합이 주는 이점을 완전히 누렸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6일 달라이 라마 성하(聖下·His Holiness)의 86번째 생일을 맞아 그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게 돼서 기쁘다”며 “달라이 라마의 온정·평등·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영감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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